[스포츠홀릭] 답답하면 니들이 하든가, 감독이 되어보는 스포츠 시뮬레이션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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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12월 23일 11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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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기사는 지난 11월 1일 네이버 포스트 스포츠홀릭을 통해 먼저 소개된 기사입니다.)

봄에 시작한 프로야구도 막을 내리고 스포츠게임의 팬들 시선은 이제 겨울에도 즐길 수 있는 실내 스포츠인 농구나 배구 그리고 해외 축구로 집중되고 있습니다. 프로야구가 개막한 것이 얼마 되지 않은 일인 것 같은데 흐르는 시간은 참 빠르기만 합니다. 그래도 겨울만 나면 우리는 또 프로야구의 재미에 또 푹 빠져들 수 있겠지요.

야구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종목을 떠나서 여러분들도 좋아하는 팀이 하나씩은 있으시지요? 좋아하는 팀이 더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라면서 TV나 경기장을 찾아 직접 관람하는 스포츠 팬도 많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가끔 아주 어이 없는 감독의 지시로 유리했던 경기를 끝내 진다거나 이해할 수 없는 선수교체 타이밍이나 선수 기용 등에 불만을 가진 게이머와 스포츠 팬도 많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직접 경험하고 있으면, “내가 감독이라도 이것 보다는 낫겠다”라는 생각에 빠지기 마련입니다. 저도 어느 특정 팀이라고 이야기를 하진 않겠지만, 올 시즌 내내 프로야구를 지켜보면서 고개만 끄덕 끄덕이는 감독님의 모습을 보고 내가 야구 감독을 보고 있는 것인지 TV 프로그램 방청객을 보고 있는 것인지 헷갈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런 분들을 위해서 준비 했습니다. 게임동아와 함께하는 오늘의 스포츠홀릭 주제는 내가 펩 과르디올라요 김성근 감독이 되어 볼 수 있는 스포츠 시뮬레이션 게임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정도가 등장해야 스포츠 판타지 게임! (출처=유튜브캡쳐)
이정도가 등장해야 스포츠 판타지 게임! (출처=유튜브캡쳐)

사실 스포츠 시뮬레이션 장르의 범위는 상당히 넓습니다. 우리가 흔히 즐기는 ‘피파 시리즈’나 ‘위닝 일레븐 시리즈’, ‘NBA 2K 시리즈’, ‘MLB 더쇼 시리즈’ 등 대부분 스포츠 게임을 스포츠 장르로 보기도 하지만, 현실과 유사한 모습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보면 시뮬레이션 장르로도 볼 수 있는 것이죠. 적어도 더쇼에서 주자가 ‘신 거인의 별’처럼 하늘로 점프해 스크류 스핀 슬라이딩을 날리지는 않거든요. (여담으로 거인의 별을 보고 야구에 대한 꿈을 키운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는 엔시 다이노스라는 야구 팀을 창단하기도 했습니다. 엔씨 다이노스 경기에서 꼭 스크류 스핀 슬라이딩을 보고 싶네요.)

조금 더 범위를 확장해 살펴 보면 엑스박스 진영의 키넥트나 위의 동작인식 기능을 활용한 다양한 게임도 어떻게 보면 시뮬레이션 장르의 특성을 띠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늘 스포츠홀릭에서 다룬 게임을 이런 게임들이 아닙니다. 게이머가 직접 선수를 조작할 수 없이 오로지 구단주나 감독의 입장에서 팀을 운영하는 것이 핵심인 시뮬레이션 게임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흔히 국내에서는 스포츠 매니지먼트 게임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얼굴은 안 보여주며 돌아온 턱 수염 남자.(출처=게임동아)
올해도 어김없이 얼굴은 안 보여주며 돌아온 턱 수염 남자.(출처=게임동아)

많은 게이머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것처럼 가장 대표적인 스포츠 시뮬레이션 게임은 ‘풋볼 매니저 시리즈’ 입니다. ‘문명 시리즈’, ‘히어로즈 마이트앤 매직 시리즈’와 함께 세계 3대 악마의 게임으로 불리며 게이머들을 시간 여행에 빠지게 만들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게임에 남편이 너무 빠지는 바람에 이혼 소송까지 갔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국내외에서 ‘이혼제조기’라는 별명까지 갖고 있지요.

한 턴만 더 한만 더 하다 보면 어느새 밤을 새며 출근 시간이 가까워져 있고, 저장할 때 확인 할 수 있는 센스 넘치는 멘트는 게이머가 언제 팬티를 갈아입어야 할지도 걱정해 줍니다. 물론 갈아입는 시간마저 아깝다면 뒤집어 입으라는 조언도 해주기도 합니다. 지금 이순간에도 ‘풋볼매니저 시리즈’와 함께 팬티를 뒤집어 입고 있는 게이머가 한둘이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당연히 합성.(출처=게임동아)
당연히 합성.(출처=게임동아)

‘풋볼매니저 시리즈’는 스포츠 인터렉티브사에서 개발한 축구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최신작인 ‘풋볼 매니저 2017’에는 전세계 2,500여 개 축구 클럽과 50만 명 이상의 실제 축구 선수와 스태프가 등장합니다. 게이머는 감독이 되어서 구단주와 입씨름도 하고 선수들을 관리하고 운용하며 최강자의 자리에 오르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선수의 데이터가 너무 사실적이기 때문에 유망주에 일가견이 있는 아르센 뱅거 감독의 보물 1호가 ‘풋볼 매니저’라는 농담까지 있을 정도 입니다.

관중들의 함성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출처=게임동아)
관중들의 함성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출처=게임동아)

그리고 게임은 과거에는 그거 바둑알이 움직이는 화면이었지만, 최신 버전들의 경우에는 3D 그래픽으로 선수들의 움직임이 구현돼 보는 재미가 늘어났습니다. 물론 그래도 ‘피파 시리즈’나 ‘위닝 일레븐’ 시리즈에 비해면 조약하지만 말이죠. 하지만 게임에 빠지면 이런 그래픽이나 엉성한 사운드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과거에 게임동아에서는 풋폴매니저의 사운드 점수를 만점을 준적도 있거든요… 지금 경기장에서 6만 명이 외치는 이 소리가 당신의 귀에 들리지 않냐며 말이죠.

베이스볼 모굴 시리즈의 플레이 화면 (출처=http://www.sportsmogul.com/)
베이스볼 모굴 시리즈의 플레이 화면 (출처=http://www.sportsmogul.com/)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축구 게임만 시뮬레이션 게임이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의 인기 스포츠 리그인 메이저리그 등을 다룬 야구 시뮬레이션 게임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작품은 ‘베이스볼 모굴 입니다. ‘베이스볼 모굴 시리즈’는 스포츠 모굴이라는 회사에서 제작한 PC용 야구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1997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베이스볼 모굴 2016’까지 시리즈를 이어 오고 있습니다.

베이스볼 모굴 시리즈의 플레이 화면 (출처=http://www.sportsmogul.com/)
베이스볼 모굴 시리즈의 플레이 화면 (출처=http://www.sportsmogul.com/)

‘베이스볼 모굴’ 시리즈는 아쉽게도 한국어화가 이뤄지지 않아 야구를 잘 모르는 초보자들은 즐기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하지만 야구팬들은 KBO 패치까지 만들어서 게임을 즐기는 열정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베이스볼 모굴’ 시리는 국내 야구 매니지먼트 게임을 즐겼던 게이머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경험해봤을 확률이 높습니다. 국내 게임사인 네오위즈게임즈가 서비스한 ‘야구의 신’이 베이스볼 모굴 엔진을 활용했기 때문 입니다. ‘베이스볼 모굴’의 엔진이 정확한 경기 시뮬레이션을 자랑하기 대문에 이처럼 다른 게임에도 쓰인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합니다.

OOTP 플레이화면 (출처=스팀)
OOTP 플레이화면 (출처=스팀)

‘베이스볼 모굴’이 그냥 커피라면 ‘아웃 오브 더 파크 베이스볼(이하 OOTP) 시리즈는 ‘탑(TOP)’ 입니다. OOTP 시리즈는 ‘베이스볼 모굴’이가진 약점이 대부분 보완되어 있는 게임인데요. OOTP는 모굴 시리즈의 약점으로 지적 받아온 40인 로스터, 룰5 드래프트 등이 진작부터 지원됐습니다. 게다가 최근의 버전부터는 KBO도 만나볼 수 있고요.

OOTP 플레이화면 (출처=스팀)
OOTP 플레이화면 (출처=스팀)

게임 자체도 모굴 시리즈에 비해서 더욱 정밀하게 구현돼 야구 시뮬레이션을 즐기는 게이머들 사이에서 큰 환영을 받고 있습니다. 다만 게임이 너무 지나치게 사실적인 면을 추구하기 때문에 오히려 번거롭고 게임이 가진 재미를 떨어뜨리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베이스볼 모굴’ 시리즈와 ‘OOTP’ 시리즈가 장점과 단점이 있기에 게이머 입장에는 취향에 따라 선택해서 즐기면 됩니다. 조금 편하게 즐기려면 ‘베이스볼 모굴’을 정말 귀찮을 정도로 사실적인 게임을 즐기고 싶다면 OOTP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프로사이클링 매니저 (출처=스팀)
프로사이클링 매니저 (출처=스팀)

이 외에도 다양한 스포츠 시뮬레이션 게임들이 존재합니다. ‘베이스볼 모굴’을 선보이는 회사는 미국의 미식 축구를 다룬 ‘풋볼 모굴’도 선보인 바 있고, 선수들의 컨디션은 물론 페이스조절, 심지어는 심박 수까지 지켜봐 가며 레이스를 관리하는 ‘프로 사이클링 매니저’라는 게임도 있습니다. 사이클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뚜르 드 프랑스’의 중계를 지켜보는 것과 같은 재미를 전해준다고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물론 다른 스포츠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해당 종목에 문외 하면 당연히 즐기기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스포츠 시뮬레이션 게임들은 해외 리그를 중점적으로 다루는데요. 국내에도 야구와 축구 등의 종목을 중심으로 다양한 스포츠 시뮬레이션 게임이 온라인과 모바일 등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게임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앞서 소개한 게임들과 달리 온라인 서버에 기반을 두고 진행되는 선수 카드 관리의 매니지먼트 형태의 게임이 대부분 입니다. 때문에 시간이 있을 때 원하는대로 푹 빠져서 즐기기에는 다소 부적합하고, 선수 카드 뽑기 방식이 게임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이라 원하는 팀이나 선수를 관리 감독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스포츠도 앞으로 더욱 많은 인기를 얻어 다양한 시뮬레이션 형태의 게임으로 만나 스포츠와 게임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시장이 등장하기를 바랍니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조광민 기자 jgm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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