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처럼 바이러스 퍼뜨려 전 인류를 감염시킬 수 있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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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테러’ 창과 방패

19일 개봉하는 ‘인페르노’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퍼뜨리려는 테러범들과 이를 막으려는 사람들의 싸움을 그린 영화다. 영화 속 주인공 로버트 랭던(톰 행크스·왼쪽)과 세계보건기구(WHO) 요원들이 바이러스가 숨겨져 있는 장소를 찾고 있다. UPI코리아 제공
19일 개봉하는 ‘인페르노’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퍼뜨리려는 테러범들과 이를 막으려는 사람들의 싸움을 그린 영화다. 영화 속 주인공 로버트 랭던(톰 행크스·왼쪽)과 세계보건기구(WHO) 요원들이 바이러스가 숨겨져 있는 장소를 찾고 있다. UPI코리아 제공
 “지구상의 모든 질병은 인구 과밀이 원인이에요. 인류는 스스로를 갉아먹는 암세포죠. 고통만이 구원책이라고요.”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만들어 퍼뜨리려는 광기 어린 생물학자와 이를 막으려는 주인공의 머리싸움을 다룬 영화 ‘인페르노’가 19일 개봉한다. 댄 브라운이 지은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이 영화는 생물테러가 가져올 공포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영화의 설정이 과학적으로 불가능하진 않다. 고위험 병원균을 합성하는 기술은 이미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2011년 네덜란드 에라스뮈스 의학센터와 미국 매디슨 위스콘신대 연구진은 각각 조류인플루엔자의 일종인 ‘H5N1’ 바이러스의 변종을 실험실에서 만들었다. 자연 상태의 H5N1은 치사율이 100%에 가깝지만, 가금류만 감염시킬 수 있다. 그런데 이 연구진은 이 바이러스에 돌연변이를 일으켜 사람도 감염되도록 만들었다.

○ 미생물 경보장치 국내서도 운영 중

 누군가 무서운 바이러스를 개발한다손 쳐도 영화에서처럼 전 인류를 감염시키긴 쉽지 않아 보인다. 생물테러를 막는 방어 기술도 발달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2001년 9월 18일 벌어진 탄저균 우편물 테러 사건 이후 바이오워치(BioWatch)라는 미생물테러 대비 태세를 갖췄다. 당시 이 사건으로 22명이 감염되고 5명이 사망했다. 바이오워치는 뉴욕과 워싱턴 등 31개 대도시에 공기 감시 장치를 설치한 것으로, 대기 중에 미생물이나 독성물질이 갑자기 늘어나면 경보가 울리게 돼 있다. 탄저균, 보툴리눔 독소, 페스트균, 야토균, 천연두, 바이러스성 출혈열(에볼라, 마르부르크, 라사) 등 6종류의 병원균을 36시간 안에 탐지할 수 있다.

 국내에도 미생물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장치가 있다. 2014년부터 이동형 ‘생물독소감지기’를 전국 군부대에 보급하기 시작했으며 2017년까지 총 90여 대를 설치할 예정이다.

 이 장치는 레이저를 이용해 공기 중의 세균 농도를 파악한다. 탄저균, 페스트균, 콜레라균 등 고독성 세균을 포함해 거의 모든 종류의 세균을 찾아낸다. 세균은 호흡하면서 ‘리보플래빈’과 ‘NADH’라는 이름의 효소를 만드는데, 이 효소들이 레이저를 맞으면 형광을 띠는 원리를 이용한다. 생물독소감지기를 개발한 김민철 삼양화학공업 분석기기연구소 부소장은 “대기 중의 세균 농도가 평상시보다 높아지면 경보가 울리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 미생물 테러의 방패 DNA백신

 인류 대부분을 병원균에 감염시키기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백신 생산 속도가 기존보다 평균 5배 이상 빠른 ‘DNA백신’이 상용화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에서 미생물 공격이 시작됐다 해도 큰 피해를 보기 전 백신 보급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DNA백신은 병원균의 유전자 일부를 복제해서 만든다. 기존에는 병원균의 독성을 약화시킨 약독화(弱毒化) 백신이 많이 쓰였는데, 병원균을 배양하고 분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DNA백신은 개발 및 생산 과정에서 병원균을 대량으로 키울 필요가 없다. 바이러스의 외피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정보를 추출한 다음 이를 복제하면 된다.

 정대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DNA백신은 실험실에서 1∼3주 만에 쉽게 대량으로 만들 수 있다”며 “다만 아직 효과가 불안정하고, 세포 속에 직접 DNA를 넣어야 하므로 ‘전기천공법’이란 특별한 접종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이 단점”이라고 설명했다.

 DNA백신은 연구자가 병원균을 직접 다루거나, 미생물 일부를 사람 몸에 넣지 않아도 돼 안전성이 높은 것도 장점이다. 전염력이 강한 메르스 바이러스, 소두증을 일으킬 수 있는 지카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최근 DNA백신 임상연구가 진행 중이다.
 
변지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here@donga.com
#생물테러#인페르노#미생물 경보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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