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나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신청 문의 빗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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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증세-강도 등 궁금증 풀이

“저도 혹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아닐까요. 피해 판정을 받을 수 있나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지원해온 환경보건시민센터에는 최근 이런 내용의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된 이후 4월 한 달간 들어온 전화만 1000여 통.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문의 전화가 늘어나는 추세다. 폐 이식을 권고받은 중증 폐질환 환자와 폐암 환자에서부터 가벼운 천식과 비염 등을 호소하는 경증 환자까지 다양하다.

정부가 지난해 말 3차 피해 신청 접수에 이어 이달 추가로 4차 신청을 받기로 하면서 신청자는 폭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폐 외에 다른 장기의 손상 가능성도 조사해 피해 인정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어서 가습기 살균제의 피해 증세와 강도, 지속 여부에 대한 궁금증이 이어지고 있다.

○ 약도 소용없는 기침과 호흡 곤란


가습기 살균제와 연관된 폐질환은 과거에도 의학적으로 보고된 적이 없는 특이한 사례다. 전문가들도 그 장기적인 예후에 대해서는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만 더 이상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상태에서 더 악화되지는 않고 과거의 폐 손상이 현상 유지되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소아의 경우 8∼10세 이후까지 폐가 성장하는 동안 손상됐던 허파꽈리 일부가 부분적으로 회복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성인의 폐 조직은 회복이 쉽지 않고, 현재까지 치료 효과가 확인된 약도 없다.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을 당시 기침이 나고 호흡이 빨라지면서 체중 감소와 식욕 부진 등을 경험했던 사람이라면 피해를 의심해 볼 수 있다. 제품에 들어 있었던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등의 독성을 계속 흡입하면 기관지 주변이나 폐 조직에 염증이 생기게 된다. 이어 폐 조직이 변화되면서 딱딱하게 굳어지는 폐 섬유화 현상이 나타난다. 상태가 더 악화되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호흡 곤란이 발생하며 폐부전증으로 발전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X선 촬영을 해보면 폐에 구멍이 생기는 기흉, 기종격동(폐 밖으로 빠져나온 공기가 심장 주위로 차 있는 현상), 간유리음영이 동반된 손상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손상들은 다른 원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폐질환과는 과정이나 증세가 모두 뚜렷하게 다르고, 진행 속도가 빠르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소아의 경우 평균적으로 3주 내에 상태가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보고돼 있다.

조사 및 판정은 서울아산병원의 홍수종 교수팀이 임상학적 증상과 X선 영상을 판독한 결과, 폐 조직을 검사한 결과 등을 바탕으로 진행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와의 상관관계 및 증상의 정도 등에 따라 1∼4등급으로 나뉘고 이에 따라 정부의 지원 여부 및 지원금 규모가 달라진다.

가습기 살균제 조사·판정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홍 교수(서울아산병원 환경보건센터장)는 “기침이나 가쁜 호흡 같은 가벼운 초기 증상은 다른 호흡기 감염의 증상과 비슷해 상관관계를 밝히기가 쉽지 않고, 가습기 살균제를 썼는데도 거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경우도 흔히 있어서 이유를 규명할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면역계 이상이나 안구, 피부질환도?


호흡기질환 외의 다른 장기 손상이나 질병도 향후 진행될 연구 결과에 따라 가습기 살균제와의 상관관계가 인정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제브러 피시(zebra fish) 실험 결과에 따르면 PHMG는 지방간 및 간 염증, 심장 대동맥의 콜라겐 섬유화 현상 등을 유발했다. 쥐 모델 연구에서는 흉선의 크기 감소 등 면역계 이상이 발견됐다. 홍 교수는 “다만 동물연구의 경우 흡입이 아닌 위장관 투여 방식이라 경로가 다르고, 흡입의 경우도 화학물질의 직접적인 영향이라기보다 폐 손상에 이은 2차적 현상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들의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된 구체적인 연구는 곧 구성되는 ‘가습기 살균제 폐 이외 질환 검토 소위원회(가칭)’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의 최예용 소장은 “피해구제 신청 절차를 문의하는 분 중에는 안구질환이나 피부질환을 호소하는 경우도 꽤 있다”며 “연구 결과에 따라 이런 사람들이 뒤늦게라도 피해에 따른 배상을 받게 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가습기 살균제#피해자#구제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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