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퍼티노 현장] 애플, 기업의 책임과 전략적 선택을 이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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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3월 22일 11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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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3월 21일(현지시각) 오전 10시 쿠퍼티노 애플 본사 '타운홀'에서 2016년 첫 이벤트를 진행했다. 공개된 제품은 아이폰 SE, 아이패드 9.7인치, 애플워치 밴드 등으로 루머로 나돌던 내용을 거의 확인하는 수준이었다. 제품 주기를 고려하면 애플워치 2가 나올 시기 였지만, 새로움이 아닌 판매 전략에 충실한 제품이 나왔다. 여기에 단순히 제품만 팔면 끝이 아닌 애플이라는 기업의 책임 의식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애플 3월 첫 이벤트에 모습을 드러낸 팀 쿡 애플 CEO. (출처=동아닷컴)
애플 3월 첫 이벤트에 모습을 드러낸 팀 쿡 애플 CEO. (출처=동아닷컴)

보안
오전 10시가 되고 행사가 시작되자 애플 CEO 팀 쿡이 무대에 올랐다. 팀 쿡은 오는 4월 1일이 되면 애플이 40주년이 된다고 언급한 후, 현재 사용되고 있는 애플 기기의 수가 10억 대를 넘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팀 쿡은 "상당한 책임이 따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기기를 판매하는 것이 끝이 아니라는 뜻이다.

최근 애플은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아이폰 보안기능 해제 여부를 놓고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팀 쿡은 "우리 데이터와 우리 프라이버시에 대해 정부가 어느 정도 권력을 가져야 할지 국가적으로 결정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이슈는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며, 우리는 이 책임에서 축소되지 않는다"다고 말한다.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의 개인 정보를 지키려는 애플의 노력은 기업의 책임에 대해 또다시 생각해 보게 해주는 부분이다.

환경
애플은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 중의 하나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자사 설비 중의 93%가 재생에너지를 사용한다. 환경에서 있어 애플만큼 많은 관심을 가지고 책임을 다하는 기업은 드물다.
그런데 이번 행사에서 환경에 관한 새로운 정책을 발표했다. 바로 '재활용'. 기존에 쓰던 애플 기기를 애플에 보내면 이를 재활용하고 재사용하겠다는 것. 이날 애플은 연간 120만대의 휴대전화를 분해할 수 있는 리암(Liam)이라는 로봇을 소개하기도 했다. 리암은 아이폰 나사 1개까지 부품과 소재별로 분해해 재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

연간 120만 대의 휴대전화를 분해할 수 있는 로봇 리암. (출처=동아닷컴)
연간 120만 대의 휴대전화를 분해할 수 있는 로봇 리암. (출처=동아닷컴)

건강
애플은 작년 3월 이벤트에서 리서치킷을 공개했다. 리서치킷은 한마디로 의학연구 플랫폼으로 사용자의 승인하에 아이폰에 있는 가속도계, 마이크, 자이로스코프, GPS 센서를 사용해 환자의 걸음, 운동 신경 손상, 피트니스, 언어 및 기억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해준다. 아이폰을 사용해 의료 연구를 하는 것.

그리고 정확히 1년 후 애플은 '케어킷(CareKit)'을 추가로 발표한다. 케어킷은 원격의료의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다. 환자들이 자신의 질병을 잘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을 한다. 케이킷은 리서치킷처럼 오픈소스로 운영된다.

애플이 공개한 케어킷. (출처=동아닷컴)
애플이 공개한 케어킷. (출처=동아닷컴)

예를 들어 수술 후 회복단계에 있는 환자가 퇴원하게 되면, 케어킷을 이용해 수술 후 환자에게 요구되는 내용을 추적하게 되고, 케어 팀은 사용자가 입력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의사 진료 필요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만성 질병 관리에 있어 특히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4인치와 9.7인치
이번 행사에서 애플은 2개의 기기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먼저 '아이폰 SE'는 아이폰 5S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4인치 아이폰 모델이다.

4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아이폰 SE가 공개됐다. (출처=동아닷컴)
4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아이폰 SE가 공개됐다. (출처=동아닷컴)

애플은 화면 크기를 키운 아이폰 6, 6S, 6 플러스, 6S 플러스로 판매량을 크게 높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강조해 오던 한 손 사용성은 사라졌다. 3.5인치로 시작한 아이폰은 4인치까지는 한 손 사용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 탓에 4인치 크기는 아이폰에 있어 상징성이 높다. 여전히 많은 이가 4인치 아이폰을 유지하고 있으며, 작년 4인치 아이폰 판매량은 3천 만대가 넘는다.

아이폰 SE는 아이폰 5s와 같은 외형을 지니고 있지만, 아이폰 6S에 쓰인 부품들이 들어가 거의 동일한 성능을 낸다. 라이브 포토, 4K 동영상 촬영, NFC를 사용한 애플 페이 지원 등 제공한다.

아이폰은 하반기에 발표가 되다 보니, 4분기와 1분기에 가장 많이 팔린다. 2분기와 3분기에는 새 아이폰에 대한 기대감으로 판매량이 떨어지게 된다. 아이폰 SE의 3월 발표는 이런 점을 어느 정도 보완할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움이 아닌 전략적 선택이 아이폰 S의E 출현을 만들어 낸 셈이라고 볼 수 있는 것.

색상은 실버, 스페이스 그레이, 골드, 로즈 골드 등 총 4가지이며, 16GB 399달러, 64GB 499달러에 판매된다.

9.7인치의 아이패드도 같이 선보였다. 제품명은 '아이패드 프로'. 맥북이 맥북프로 버전이 나온 것처럼, 아이패드도 프로로 길로 접어든 셈. 아이패드 프로 12.9인치는 생산성을 끌어올린 태블릿이긴 했지만, 대중적으로 소비되기엔 다소 한계가 있는 제품이다.

그렇기에 아이패드 프로 9.7인치의 출시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할 수 있다. 생산성을 강조한 아이패드 프로의 성격을 고스란히 담아 놓았기에 휴대성을 원하는 아이패드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모델이다. 12.9인치 모델의 하드웨어를 대부분 사용하고 있지만, 디스플레이는 좀 더 좋아졌다. 색 영역이 더 넓어졌으며, 특히 4개의 채널을 사용한 '트루톤 디스플레이'는 주변 환경에 따라 디스플레이의 색온도를 맞춰준다.

9.7인치 아이패드 프로도 함께 공개됐다. (출처=동아닷컴)
9.7인치 아이패드 프로도 함께 공개됐다. (출처=동아닷컴)

애플 펜슬을 지원하며, 9.7인치 크기에 맞춘 스마트 키보드도 함께 내놨다. 아이패드 프로 9.7인치의 가격은 와이파이 모델 기준 32GB 599달러, 128GB 749달러, 256GB 899달러다. 처음으로 256GB의 용량을 선보였다. 색상은 실버, 스페이스 그레이, 골드, 로즈 골드 총 4가지다.

동아닷컴 IT전문 김태우 기자 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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