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엽 교수팀, 한약 약효 현대의학으로 규명 “신약개발 토대 마련”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1일 11시 44분


전통 한의학에 사용되는 화합물들과 시판되고 있는 약물들을 인체 내 대사산물들의 구조와 비교했다.
전통 한의학에 사용되는 화합물들과 시판되고 있는 약물들을 인체 내 대사산물들의 구조와 비교했다.

다양한 효과를 가진 한약재를 복합적으로 처방해 독성을 줄이고 효과를 높이는 한약 처방 원리 중 하나인 ‘군신좌사(君臣佐使)’가 현대의학적으로 효과가 있음이 확인됐다.

이상엽 KAIST 교수팀은 한약제를 만드는 데 쓰이는 다양한 조합 중 14개 조합이 생체대사과정에 관여해 분자생물학적으로 치료효과를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11일 밝혔다.

한의학 처방에서 쓰이는 ‘군신좌사’란 여러 한약재의 역할을 임금(君)과 신하(臣佐使)에 빗댄 말로, 치료에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약재를 다른 약재들이 도와 효과가 잘 나타나도록 하고 독성을 줄여주는 처방을 말한다.

연구팀은 한약재에 포함된 화합물 중 구조가 밝혀진 1만 개를 분석하고 인체 내에서 일어나는 대사작용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재현한 결과, 3~4가지 약재가 섞인 화합물 14종이 급성골수백혈병, 유방암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단피에서 유래한 물질인 ‘페오놀(paeonol)’은 단삼에서 추출한 ‘군’ 역할의 약재 효과를 배가해 심근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으며, 주목나무에서 추출한 ‘택솔(taxol)’은 ‘신’역할을 하는 다른 약재와 조합하면 유방암 치료 효과가 높아졌다.

제1저자인 김현욱 연구원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효과가 확인된 14종의 조합법은 전통한약에서 사용되는 제조법”이라며 “여러 화합물의 상호보완작용이 ‘군신좌사’와 유사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한약의 작용 원리를 밝히고 임상실험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검증해야 향후 전통 천연물 기반 신약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우상 동아사이언스기자 id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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