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춤 추는 아프리카 원주민 같다고요? 모기 발바닥 끝이랍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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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국제바이오현미경사진전

아프리카 원주민이 탈을 쓰고 신나게 춤을 추고 있다. 흥겨운 북소리를 듣노라면 덩달아 엉덩이가 들썩거린다. 모기의 발바닥 끝을 전자현미경으로 확대했더니 흥에 겨워하는 아프리카 원주민의 탈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자연에 숨어 있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국제바이오현미경사진전’이 올해로 11회를 맞았다. 이 행사는 충북도와 충북대가 주최하고 오송국제바이오산업엑스포조직위원회, 국가지정 의과학연구정보센터가 주관하며 동아사이언스가 후원한다.

올해는 ‘토인의 탈’을 출품한 이극희 씨(인천 가재울초)와 ‘두 마리의 사슴’을 찍은 김도현 군(대전 외국인학교)이 각각 일반부와 중·고등부에서 대상을 받았다. 모든 당선작은 과학동아 10월호와 오송바이오진흥재단 홈페이지(osong-bio.kr)에서 볼 수 있다.

◆토인의 탈(이극희·일반부 대상·보건복지부 장관상)

이 탈을 쓰고 긴 창을 들고 “우가우가”를 외쳐 볼까요. 모기의 발바닥 끝에서 아프리카 원주민의 얼굴을 만났다. 푸른 나뭇잎으로 온 얼굴을 위장한 뒤 큰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모습이 씩씩하면서도 귀엽다. 원주민은 귀걸이 치장을 많이 하는데, 이 사람은 볼 옆에 뾰족한 뿔 모양의 치장으로 한껏 멋을 냈다.
◆두 마리의 사슴(김도현·중고등부 대상·보건복지부 장관상)

태어날 때부터 몸이 붙어 태어나는 샴쌍둥이. 이번엔 몸이 붙어 있는 ‘샴사슴’이 발견됐다. 두 마리의 사슴은 서로 반대 방향을 보고 있지만 가슴에는 서로를 향한 안타까움과 사랑 때문인지 하트가 새겨져 있다. 이 사진은 길이 30cm 정도의 표본용 뱀의 꼬리 단면을 전자현미경으로 살펴본 것이다. 뱀의 꼬리는 뒤집어보면 몸통은 비늘이 1장씩, 꼬리는 2장씩 붙어 있다.

◆수채화로 그린 흑종초(홍성우 경기 용인토월초·초등학생부 대상·보건복지부 장관상)

심사위원들에게서 감수성이 무척 뛰어난 초등학생의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제목 그대로 수채화처럼 보이는 모습이 아련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보리수 열매의 표면에 붙어 있는 작은 비늘들을 광학현미경으로 확대해 찍은 사진이다. 꽃잎 끝이 갈라지고, 가운데 검은 씨들이 모여 있는 흑종초를 마치 부드러운 붓으로 표현한 듯하다.
◆인공위성과 우주인(김종문 서울 구남초·일반부 바이오공학상)

언젠가 지구 상공 3만5800km를 돌게 될 대한민국의 정지궤도위성 초록별 11호는 이렇게 생겼을까. 태양전지판이 방사형으로 8개 달려 있으며 작은 우주정거장 역할도 한다. 사진에는 우주인 4명이 우주 유영을 마치고 정거장으로 귀환하고 있다. 해파리의 유생인 에피라와 따개비의 유생인 나우플리우스를 현미경으로 확대해 촬영한 모습이다.

◆꽃 한 송이(이정희 충북대·일반부 바이오예술상)

탐스러운 분홍꽃 한 송이가 예쁘게 피었다. 땅벌의 배 끝을 위로 세우고 백금으로 코팅 처리를 한 뒤 전자현미경으로 찍은 사진이다. 벌에 쏘이는 사례가 잦은 가운데, 사진 속 아름답게 피어난 꽃이 벌의 무서운 침 부위라는 걸 생각하면 아이러니하다. 말벌과에 속하는 땅벌은 땅에 집을 지으며, 크기는 말벌보다 훨씬 작고 꿀벌보다 약간 크다.
◆공간 속의 작은 새(이효진 충북 산남고·중고등부 바이오문화상)

어미 새의 날갯소리에 잠이 깼는지, 귀여운 작은 새 두 마리가 고개를 내밀고 있다. 배가 고팠던 걸까, 엄마가 보고 싶었던 걸까. 사실은 파리의 겹눈 사이에 더듬이로 보이는 부분을 전자현미경으로 확대한 것이다. 새처럼 보이는 부위의 실제 크기는 머리카락 한 가닥과 비슷하다. 이 더듬이는 감각기관의 역할을 하고 있어 먹이를 찾는 데 도움을 준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
#제11회 국제바이오현미경사진전#토인의 탈#두 마리의 사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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