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클리닉]특진비·상급병실·간병인… 비급여 진료비 없는 ‘3無 병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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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정형외과

제일정형외과병원은 선택진료비, 간병인비용, 상급병실사용료차액 등 3대 비급여 진료비를 받지 않는 프로젝트를 시행 중이다. 이 병원 운동처방사가 무릎관절 수술 환자의 운동치료를 돕고 있다. 제일정형외과병원 제공
제일정형외과병원은 선택진료비, 간병인비용, 상급병실사용료차액 등 3대 비급여 진료비를 받지 않는 프로젝트를 시행 중이다. 이 병원 운동처방사가 무릎관절 수술 환자의 운동치료를 돕고 있다. 제일정형외과병원 제공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사는 이모 씨는 지난 여름 어머니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해드렸다. 어머니는 무릎 퇴행성관절염으로 오랜 기간 고생했었다. 하지만 700만∼800만 원에 이르는 수술비가 큰 부담이 됐다. 또 모든 가족이 직장에 다니고 있어 간병할 사람이 없는 점도 걱정이었다. 간병인을 따로 고용하면 약 1000만 원이 더 필요했다. 결국 차일피일 미룰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서울 강남의 제일정형외과병원이 ‘알뜰살림 병원비 줄이기’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것을 알게 됐다. 이 프로그램을 신청한 결과 수술은 물론 간병까지 포함해 총 비용은 300만 원으로 줄었다. 무려 700만 원이나 비용을 절감한 것이다.

수술 결과도 만족스러웠다. 운동처방사의 도움으로 수술이 끝난 뒤 바로 재활 치료가 시작됐다. 덕분에 수술 후 회복 기간이 크게 단축됐다. 어머니는 “예전처럼 건강한 무릎을 되찾게 됐다. 올해 최대의 선물을 받았다”며 기뻐했다.

이 씨의 사례는 드문 게 아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부담은 상당히 크다. 게다가 비급여 진료비는 모두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국민 의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선택진료비(특진비), 상급병실사용료, 간병비다. 최근 정부와 의료계에서는 이 3대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개선방안을 모색하려는 노력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병원과 환자가 서로 협력관계를 구축해 3대 비급여 진료비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도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병원이 바로 서울 강남의 제일정형외과병원이다. 이 병원은 알뜰살림 병원비 줄이기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따라 이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간병비, 선택진료비, 상급병실사용료 차액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3대 비급여 진료비가 없는 ‘3무(無) 병원’인 셈이다.

알뜰살림 병원비 줄이기 프로그램은 수술 받을 환자가 신청하면서 시작된다. 담당 전문의가 배정되고 그 전문의가 수술 뒤까지 환자를 돌보고 지도한다. 수술이 끝난 환자는 스스로 보행이나 개인 활동이 가능할 때까지 전문 운동처방사의 도움을 받아 재활과 운동치료를 받는다.

집중치료 기간이 끝난 뒤에도 환자 스스로 재활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짜여 있다. 환자는 일반 병실에서도 운동처방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 먼저 수술을 받은 환자와 재활치료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따로 간병인이나 보호자의 도움 없이도 병실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프로그램이 설계돼 있다. 또 이 병원은 흔히 ‘특진’이라 불리는 선택진료 제도를 없앴다. 따라서 병원을 찾은 모든 환자는 별도의 선택진료비를 내지 않고도 수준 높은 의료진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조재현 제일정형외과병원 원장은 “무릎이나 척추, 관절 환자는 질병의 특성상 수술 뒤 빠른 재활치료와 활동을 통해 치료 부위의 근력이나 운동성을 강화해줘야 한다. 하지만 간병인이 옆에 있다 보면 스스로 움직이려 하지 않고 자꾸 의지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 결과 재활치료에는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간병인 대신 전문 운동처방사가 도움을 주면서 환자 스스로 재활이나 운동치료를 하도록 하는 게 옳다는 뜻이다.

이 병원은 지난해 말부터 무릎 인공관절 수술에 이 프로그램을 적용했다. 그 결과 한쪽 무릎만 수술했을 때 300만∼500만 원이 들던 환자 본인부담금을 150만 원대로 낮출 수 있었다. 기존 비용의 반값으로도 무릎 인공관절 수술이 가능했던 것이다. 환자들의 재활치료 효과도 높았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병원은 프로그램을 전체 수술 환자에게로 확대했다.

진료비를 큰 폭으로 줄였지만 값싼 치료 재료를 사용하지는 않는다. 낮아진 수익을 보충하기 위해 불필요한 수술을 권하거나 검사를 남발하지도 않는다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국내에서 시행되는 대부분의 수술은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는다. 이때는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 건강보험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하지 않은 치료기자재 또는 약품을 사용하거나 해당 질환의 치료와 관련 없는 과잉 진료를 한다면 병원에 지급되는 공단의 급여는 전액 삭감된다. 병원 측은 이 점을 근거로 과잉 진료가 있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병원 측은 “공단 급여가 전액 삭감되면 오히려 병원의 손실이 더 크다. 따라서 꼭 수술이 필요한 환자만 수술을 한다. 재료도 마찬가지다. 건강보험에서 인정한 고품질의 치료재만 사용한다. 불필요한 검사도 할 수 없다. 결국 의료비용이 낮아진다고 해도 의료서비스는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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