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사막의 먼지가 美서부에 폭우 뿌려” 美연구진 ‘나비효과’ 입증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일 03시 00분


중국 베이징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뉴욕에 허리케인을 일으킨다는 ‘나비효과’가 증명됐다. 아프리카 사라하와 아시아에서 생긴 먼지나 박테리아 물질이 미국 서부에 비나 눈을 내리게 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것이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제시 크리민 교수팀은 아메리카 대륙 바깥에서 날아온 먼지나 생물학적 에어로솔이 미국 내 강수량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에어로솔은 대기 중에 떠다니는 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크기의 입자로, 황산염이나 블랙카본 같은 오염물질뿐만 아니라 박테리아 같은 생물학적 물질도 있다.

지금까지 산업화로 생긴 오염물질들은 미국 서부 산맥 지역에 비가 내리는 것을 방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햇빛을 반사시켜 기온을 낮춤으로써 눈 녹는 속도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에어로솔이 북미 지역의 태양 에너지 흡수량을 3분의 1로 줄였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아프리카나 아시아 등에서 온 먼지나 박테리아 같은 생물학적 에어로솔은 긍정적인 역할을 많이 한다는 사실이 규명됐다. 이들 입자가 구름 속에 들어가 수증기를 물방울이나 얼음알갱이로 바꾸는 ‘씨앗’ 역할(응결핵, 빙정핵)을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환경 관측위성 ‘칼립소’를 이용해 아프리카나 아시아에서 발생한 에어로솔이 태평양을 건너 미국 서부까지 이동하는 궤적을 추적하고 성분을 분석했다. 여기에 시에라네바다 지역의 땅바닥에 쌓인 침전물을 분석하고 구름 높이에서 일어나는 기상 관측 자료 등도 참고했다.

그 결과, 구름 속에 먼지와 박테리아 같은 생물학적 에어로솔의 비율이 높을 경우 비나 눈을 내리는 구름이 많아진다는 것을 알아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 연구 결과는 시에라네바다 산맥 지역의 강수량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을 처음으로 밝혀낸 것이다.

크리민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나비효과’의 실제 사례를 보여준 것으로, 앞으로 대기 중 에어로솔의 성분 변화와 추세를 분석하면 해당 지역의 물 공급량 변화도 예측 가능할 것”이라며 “먼지와 생물학적인 에어로솔을 이용해 인공강우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사이언스’ 3월 1일자에 실렸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캘리포니아대#제시 크리민 교수팀#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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