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장암 진단을 받은 후 수술과 항암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아내와 성생활을 해도 될까요?”(45세 남자) “자궁암 수술을 받아 자궁을 들어냈어요. 자궁이 없으니 이제 성생활도 할 수 없겠지요?”(38세 여자) 암 진단을 받으면 환자와 배우자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이러다 보니 성생활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잘못된 상식도 널리 퍼져 있다. 전문가들은 “건강한 성생활은 암 환자에게 활력을 주고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줘 오히려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최근 서울아산병원 암교육센터는 ‘암 환자와 배우자를 위한 건강한 성생활’ 남성 편을 펴냈다. 2년 전에 펴낸 여성 편의 후속이다. 이 내용을 토대로 암 환자의 올바른 성생활에 대해 알아보자. 》 ♂ 남성 암 환자, 성욕감퇴는 심리문제, 성생활 필요
전립샘(전립선)암이나 하부 대장암, 방광암, 직장암 등 생식기 근처의 암일 경우 치료 과정에서 성욕 저하, 발기부전, 조루, 역사정(사정하는 느낌은 있으나 정액이 나오지 않거나 양이 줄어드는 현상), 사정 시 통증 등을 느낄 수 있다. 성기능과 상관없는 암일 경우에도 병에 대한 걱정이 성욕을 감소시키고 발기부전을 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암 치료 중이라도 수술 직후나 생식기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성생활을 유지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특히 ‘암에 걸렸으니 성생활을 할 수 없어’라는 식으로 부정적 생각을 하는 것은 금물. 아내와 대화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성생활을 즐기는 게 좋다. 암과 관련된 통증이나 치료로 인해 체력이 떨어졌다면 남성이 좀 더 편안한 성교 방법을 시도해보자. 예를 들어 옆을 보고 눕거나 마주 보고 눕는 자세 혹은 여성이 위로 올라가는 자세가 취하면 남성의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통증이 있는 부위에는 이불이나 베개를 덧대는 것도 좋다.
물론 정상인에 비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음경암 등 생식기와 연관이 있는 암은 수술 후 성관계를 가질 때 생식기 주변이나 요도 쪽에 출혈이 일어날 수 있다. 출혈이 사라질 때까진 직접적 성관계는 가지지 않는 게 좋다.
항암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치료를 받는 중에는 면역력이 떨어져 다양한 병균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 이때는 반드시 의료진에게 성생활이 가능한지 확인한다. 성관계 후 소변을 보면 요도나 생식기 주변의 세균이 떨어져 나가는 데 도움이 된다.
항암치료를 받을 때는 가끔 정액에 항암제가 섞여 나올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임신이 되면 태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치료 중에는 반드시 콘돔을 착용한다. 아이를 낳고 싶다면 의료진과 시기에 대해 상담하는 게 좋다. 암 치료를 받다 보면 정자의 양이 줄거나 운동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 치료에 들어가기 전 건강한 정자를 냉동 보관하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하다. ♀ 여성 암 환자, 성생활은 하되, 가급적 피임해야
성욕 저하, 성교통(성교 시 통증), 폐경증후군, 오르가슴 감소 등이 암 치료 중인 여성에게 주로 나타나는 증상이다. 방사선 및 호르몬 치료로 인한 부작용이기도 하지만 심리적인 요인도 크다.
특히 암 치료를 위해 자궁과 질, 난소, 난관 등을 절제할 경우 성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술 부위가 아물면 충분히 성생활이 가능하다. 처음엔 불편하거나 통증을 느낄 수 있지만 성관계를 계속할 경우 질의 길이가 늘어나 충분히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유방암의 경우 수술이나 치료 자체가 성욕을 없애는 것은 아니다. 다만 유방 절제술을 할 경우 여성이 몸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져 성생활을 피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땐 배우자의 따뜻한 이해와 솔직한 대화가 가장 중요한 치료제다.
암 치료로 인해 성관계를 가질 때 윤활유 역할을 하는 질 분비물이 감소되기도 한다. 이럴 땐 윤활제를 사용하는 것도 좋다. 향기나 색깔, 첨가제 등이 없는 수용성 젤을 사용한다. 오일 성분의 윤활제는 감염의 원인이 될 수 있으니 피한다.
하지만 치료 중 면역 기능이 감소했을 때에는 직접적인 성기 삽입은 하지 않는 게 좋다. 대신 포옹과 키스, 신체적 접촉과 애무 등으로 성생활을 하자.
수술 후 회복기 때 성관계를 잘못하면 수술 부위에 압력이 가거나 출혈을 유발하고 세균 등에 감염될 수 있으니 꼭 담당 의료진과 상의 후 성관계를 가져야 한다. 특히 성관계 때 심한 통증이 있거나 출혈이 심할 때는 반드시 의료진에게 알린다.
암 치료 중에도 성관계를 포함한 성생활은 가능하다. 하지만 임신은 피하는 게 좋다. 태아와 산모의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항암화학요법을 받을 경우 치료 중은 물론이고 치료 후 최소 6개월 동안 반드시 피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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