떫은 감 때리고 사과 구우니 달고도 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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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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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나 수박은 소금 뿌리면 ‘혀의 착각’으로 단맛 강해져

정성껏 올린 한가위 차례상. 형형색색의 과일은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 올해는 잇단 태풍으로 인해 과일 값이 올라 풍성하게 먹기는 어려울 듯싶다. 그렇지만 있는 과일을 훨씬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은 없을까. “있다.” ‘혀의 착각’을 이용하거나 과일 고유의 당분을 살짝 조작하면 된다.

○ 떫은 감, 때려라

귤이나 감이 덜 익었을 때 충격을 주면 과일을 숙성시키는 ‘에틸렌’이 분비된다. 그 덕분에 과일이 빠르게 익어 단맛이 난다. 과학동아 제공
귤이나 감이 덜 익었을 때 충격을 주면 과일을 숙성시키는 ‘에틸렌’이 분비된다. 그 덕분에 과일이 빠르게 익어 단맛이 난다. 과학동아 제공
추석하면 생각나는 과일이 바로 감이다. 문제는 여전히 떫은 감이 많다는 것. 감의 떫은맛을 없애고 달짝지근하게 먹을 수는 없을까.

과일의 당도는 과육에 있는 전분이 당으로 바뀌면서 높아진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에틸렌’이란 식물 호르몬이다. 덜 익은 단단한 감도 시간이 지날수록 에틸렌이 분비되면서 떫은맛은 사라지고 단맛이 올라온다. 에틸렌이 많이 분비될수록 감은 달게 되는데, 감에 충격을 주면 더 많은 에틸렌이 분비된다. 적당히 때리면 달달한 감이 된다는 것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과수과 조미애 박사는 “과일이 본래 가지는 당도는 때리거나 충격을 줘도 변하지 않는다”면서도 “전분이 당으로 덜 바뀌었을 때는 에틸렌이 숙성을 빠르게 도와주기 때문에 때리면 처음보다 달게 변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배, 소금 찍어라

나이 드신 분들은 ‘수박이 달지 않을 때 소금을 뿌려 먹었다’는 말을 하곤 한다. 단 과일에 소금을 치면 단맛이 더 부각되기 때문이다. 이런 혀의 착각 현상을 이용해 덜 단 과일에 소금을 살짝만 뿌려도 단맛을 훨씬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추석 차례상에 올라가는 과일 중에서 수박처럼 수분이 많은 과일은 바로 배. 배에 소금을 찍으면 수분에 녹아든 소금이 단맛을 더욱 부각시켜 색다른 맛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 사과, 구워라

과일을 은박지에 싸서 구우면 열에 의해 과육이 부드럽게 변한다. 이때 설탕 분자도 더 단순하게 변해 단맛이 강해진다. 과학동아 제공
과일을 은박지에 싸서 구우면 열에 의해 과육이 부드럽게 변한다. 이때 설탕 분자도 더 단순하게 변해 단맛이 강해진다. 과학동아 제공
추석 때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사과는 어떻게 먹어야 할까. 의외로 구우면 당도가 높아진다. 구운 과일이 더 달게 느껴지는 이유는 과일에 열을 가할 때 복잡한 분자구조가 단순하게 바뀌기 때문이다. 구우면 단맛은 물론이고 부가적으로 부드러운 식감까지 느낄 수 있다. 설탕처럼 분자구조가 복잡한 다당은 열을 받으면 단순한 형태인 단당으로 분해된다. 단당으로 분해된 당은 우리 몸에 흡수가 빠른 형태로 바뀌기 때문에 더 달게 느껴진다.

과학동아 10월호에서는 ‘과학으로 먹는 맛있는 과일’을 비롯해 ‘2030 미래무기열전’ ‘나로호의 마지막 도전’ 등의 심층 기사를 만나볼 수 있다.

오가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solea@donga.com
#혀의 착각#당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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