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원자로, 실용화 전략 없어 좌초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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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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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하려면 국내 건설 필요… 지경부-한전 소극적 입장
유사 프로젝트 중복투자도

올해 초 발생한 고리원전 1호기 사고 은폐 등 원자력발전에 대한 국민의 불안이 여전하다. 최근에는 고리 1호기 원자로 압력용기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까지 제기됐다. 이에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는 “전문가들이 심도 있는 조사를 해 ‘용접 부위에 대한 비파괴검사 결과 주의할 만한 수준의 내부 결함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파괴검사에서는 고리 1호기의 압력용기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며 정부의 검사 방식과 해석에 근본적 문제를 제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달 16일 월성원전 1호기가 변압기 고장으로 터빈과 발전기가 정상 운전 중에 정지했다. 1월과 7월에 이어 올 들어서만 세 번째 이상 정지였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즉시 고장 난 ‘발전기 여자변압기’를 교체하고 안전점검을 마친 뒤 18일 오후부터 재가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한수원의 이런 발 빠른 조치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설계 수명 30년을 두 달 남긴 상태에서 서둘러 재가동하는 게 계속운전 승인을 받아내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것이다.

지방의회 및 환경단체들은 이번 월성 1호기 정지에 대해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나타나는 것은 원전 스스로 문제가 있음을 알리는 신호”라며 원전 폐쇄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수원은 “이번 고장은 방사능 누출 등 안전과는 상관없는 전기적인 부품 문제”라고 일축했다.

○ 중소형 일체형 원전 좌초되나?

안전에 대한 걱정이 커지면서 사고 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원전을 개발하려는 노력은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해 올해 7월 4일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 인가를 받은 중소형 원전 ‘스마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전기 출력이 100MW(메가와트)급인 중소형 원전 스마트는 1000MW 이상 대형 원전과 달리 증기 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 기기가 원자로 용기에 내장된 일체형이다. 그래서 지진 등으로 사고가 나더라도 방사성물질이 외부로 유출될 소지는 아주 작다.

문제는 국내 순수 기술로 개발한 스마트 원전이 부처 간 이견과 사업화 전략 부재로 빛도 못 보고 사장될 상황이라는 것. 해외 수출을 위해서는 우선 국내에서 시험가동하는 것이 필요한데,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는 지식경제부와 한전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더군다나 지경부는 스마트와 거의 비슷한 개념인 소형모듈원전(SMR)을 따로 추진하고 있어 중복투자 논란까지 이는 상황이다.

○ 제4세대 원자력 기술력 확보 우선

현재 가동 중인 3세대 원전보다 안전하고 경제적이며 핵무기로 전용될 우려가 낮은 ‘제4세대 원전 시스템’ 개발이 세계적인 추세가 되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제4세대 원전 시스템 중에서도 가장 실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되는 소듐냉각고속로(SFR)에서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SFR는 기존 원전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를 재활용하기 때문에 우라늄 자원의 이용률을 현재보다 100배 높여 ‘꿈의 원자로’로 불린다.

이런 기술력 덕분에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관여하고 있는 미국의 원자력 벤처회사 테라파워는 우리나라에 제4세대 원전 공동개발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우리 전문가들은 테라파워사가 현재 개발 중인 진행파원자로(TWR) 기술에 대한 타당성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김윤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ymkim@donga.com
#스마트원자로#실용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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