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사과 한 입을 깨물어 보다, 애덤 라신스키의 ‘인사이드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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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5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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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라는 기업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한다. 단순히 제품 때문만이 아니다. 애플의 기업 정신과 창조성에 사람들은 줄곧 감탄하곤 한다. 그러나 애플은 어딘지 모르게 알 수 없는 구석이 있다. 그들의 기업 운영 방식이나 가치관에 대해서 애플 내부의 ‘그들’은 쉽게 언급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매력 있는 애플의 이모저모를 저자는 책에 그대로 담아냈다. 책의 제목은 ‘인사이드 애플’. 말 그대로 애플의 속사정을 나름대로 파헤쳐 본 책이다. 물론 애플의 모든 것을 담아낼 순 없다. 하지만 애플에 진심으로 ‘관심 있는’ 저자가 이끌어 내는 이야기들은 꽤 신선하다.

저자는 애플이 어떻게 위대한 회사가 되었는지를 화두로 삼고 있는 한편, 애플을 위대하게 만든 독특한 애플의 문화가 어떤 것인지를 설명한다. 한편 애플 경영의 핵심에 대해 지적하면서도, 다른 기업이 무조건적으로 애플을 모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들만의 ‘비밀주의’


애플의 비밀주의는 유명하다. 사실상, 요즘의 기업들은 기업 운영의 투명성을 추구한다. 물론 소비자도그것을 바란다. 그러나 애플은 어떻게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을 조금은 꺼려 하는 경향이 있다. 비록 외부 세계와 소통하는 데에 노력을 기울이긴 하지만 그 대상에 따라 접근방법을 달리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애플이 소비자들과 언론을 대하는 방식은 다르다(물론 소비자들에게 모든 것을 공개하지는 않는다). 언론의 경우 투자에 대한 예상이익 대비 위험을 측정해 본 뒤에야 기자에게 전달된다.

당연히 회사라는 존재가 어느 정도의 비밀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인정할 만하다. 그러나 애플이 다른 회사와 다른 점은 모든 것이 ‘비밀’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애플 내의 사내 매점에서 판매하는 티셔츠에는 ‘난 애플캠퍼스를 방문했다. 하지만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그게 전부다’라고 쓰여 있다. 그것만 봐도 애플의 비밀 작전(?)이 얼마나 치밀한지를 알 수 있다(결코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갓 입사한 직원들은 그들이 일할 건물이 정해지기도 전에 애플의 비밀주의를 경험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직원들은 자신이 어떤 일을 할 것인지에 대한 것을 알지 못한 채 업무에 투입된다. 신입사원들에게는 일정량의 정보만이 주어진다. 회사에서 그들을 신뢰하는 것만큼이다.

한편, 제품 발표 전에 홍보를 삼가는 것도 애플의 특징이다. 애플은 제품 발표 후 처음 며칠간만 마케팅에 집중한다. 애플이 이러한 홍보 방식을 고수하는 이유는 기존의 제품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만약에 다음에 나올 제품을 소비자들이 미리 알게 되면 기존의 제품을 더 이상 구입하지 않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애플은 ‘알아야 할 것만 안다’는 방식보다 ‘당신에겐 알려줄 수 없다’는 방식을 채택한 셈이다.

디자인 철학이 애플을 말한다

애플의 디자인은 애플이 디테일을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들의 디자인은 조너선 아이브의 ‘산업디자인연구소’에서 탄생한다. 애플 디자인 철학은 ‘디자인의 애플 제품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보통 회사들은 모든 계획과 마케팅 등을 완성한 다음에 디자인을 고려한다. 그러나 애플의 상황은 반대이다. 디자인이 시작되면 비로소 회사의 나머지 팀들이 자신들의 포지션에서 일을 하기 시작한다. 애플만의 고유한 전략이라고도 볼 수 있다.

사람 대 사람의 관계

애플의 일반 직원은 사람을 많이 알 필요가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저 자신이 속한 팀 내의 사람들만 알면 그걸로 충분하다. 잡스의 경우, 매킨토시부문에 종사하는 인원이 100명 이상을 넘겨서는 안 된다고 선언한 바 있다. 아마존닷컴에서는 ‘두 판의 피자’라는 말까지 생겼다. 피자 두 판으로는 야근하는 모든 팀원이 허기를 채울 수 없을 정도로 팀이 규모가 커져서는 안 된다는 의미를 지녔다.

잡스에게는 ‘톱 100’이라는 모임이 있다. 잡스는 이 그룹의 사람들을 ‘그가 다시 회사를 시작할 경우 선택할 사람들이자, 애플 호가 침몰할 때 구명보트에 자신과 함께 탈 사람들’이라 칭했다. 이 모임은 캘리포니아 주 산타크루즈의 채미네이드 리조트앤스파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은 이 모임 일정을 캘린더에 표기할 수도 없었고, 내부에 알릴 수도 없었다. 심지어는 모임을 시작하기 전에 도청장치가 있는지 확인하기까지 했다. 모임에서는 각각 한 시간 분량인 6번의 프레젠테이션이 진행되곤 했다.

어쨌든, 톱 100에 들어 있는 사람들은 잡스에게 선택 받은 사람이다. 물론 그 사람들이 절대적인 우위에 있는 것도 아니고, 높은 직위에 있는 사람만이 톱 100의 구성원인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애플, 어떻게 직원들을 관리하나

직원의 능력을 개발하기 위한 애플의 접근 방법은 다른 회사의 그것과 다르다. 직원들이 어떤 식으로 성장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그들의 경력을 관리해 주는 것이 일반적인 기업들의 방법이다. 그러나 만약 그것이 모두 잘못된 노력으로 판명 날 수도 있다. 직원들이 현재 주어진 일을 잘 하고 있으므로 거기에 안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플은 직원들이 원하는 완벽한 일을 직접 찾아서 일하기를 바란다. 구성원의 경력 개발을 직업적 성취와 직접적으로 관련시키지 않는다는 얘기다. 저자는 이러한 방식을 선택하는 회사들이야말로 애플의 정신을 닮아갈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애플에는 직접책임자가 있다

'DRI’라는 단어가 있다. 이는 ‘직접책임자(Directly Responsible Individual)’의 약자다. 애플 문화의 일부분을 바로 이 단어가 차지했다. 따지고 보면, 애플에서는 직원들 모두가 DRI이다. 전직 하드웨어 담당 임원 중 하나는 애플 직원 누구에게 물어도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애플에서는 누가 무슨 일을 하는지가 아주 잘 정리되어 있다. 제품 발표를 할 때도 각 작업마다 DRI가 정해지고, 그들의 이름을 정리한 문서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사람이 바로 담당 업무의 책임자가 된다.

당신이 대접받고 싶은 만큼 다른 사람을 대접하라?

애플은 파트너쉽에 대해 탐탁지 않은 반응을 보인다. 애플이 추락해 가던 시기에도 애플은 자신들이 개인용 컴퓨터 시대를 열었다는 자부심을 잃지 않았고 독자성을 확보했다. 그 후 성공을 거둔 뒤에도 애플은 쌀쌀맞은 존재였으며 자기중심적으로 일했다. 즉, 일단 자신들과 일을 하려면 자신들의 법칙에 맞추라는 요구를 한 셈이다. 아이튠스 뮤직스토어는 음반회사들에게 노래의 유료 여부 등을 결정했다. 애플 제품을 판매하는 베스트바이 직원들이 애플이 원하는 만큼의 수익을 올리지 못하자 애플은 직원들을 베스트바이 판매점에 파견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애플과 거래를 하는 어떠한 기업이든, 쉽사리 애플에게 반항하지는 못한다. 이것이 애플이 가진 무언의 힘인 것이다. 한편, 2011년 애플은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관련 기술에 대해 특허 소송을 낸 바 있다. 비록 삼성전자가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부품인 반도체를 공급하는데도 말이다. 애플은 ‘당신이 대접받고 싶은 만큼 다른 사람을 대접하라’는 말에는 인색했던 모양이다.

애플, 기업가들의 귀감이 되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속해 있는 기업가들은 애플의 성공 전략을 배우고 싶어한다. 구글 출신의 페이스북 COO(chief operating officer)인 셰릴 샌드버그는 “우리는 애플을 특별한 모델로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아예 잡스를 롤모델로 삼은 기업가들도 있다. 물론 잡스의 창의적이면서도 독특한 성격 자체를 그대로 물려받을 수는 없을 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어쨌든 잡스는 현재에도 기업가들의 귀감이 되고 있으며, 세계의 수많은 기업들이 애플을 모방하려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들의 성공 신화가 있기 때문이기 하고, 잡스의 운영 방식에 감동(?)을 느낀 이들도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무조건적인 모방이 성공할 리는 없다. 그러나 해결 방법은 있다. 우선, 고객을 위한 메시지를 준비하고 최종 점검을 하는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직원들의 경력 개발이 주주들에게 정말 최선인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궁극적으로 고객을 위해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가다. 이처럼 모방에도 나름의 요령이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애플 자체가 거대한 기업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애플의 비밀스러운 경영 방식을 파헤친다는 것은 한 책의 저자로서는 넘기 힘든 벽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그저 애플의 제품을 구입하고 서비스를 이용했던 것을 벗어나 애플이 어떤 회사인지, 애플 내부의 사람들이 어떠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살아왔는지를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우리는 사과 한 입을 깨문 셈이다. 그리고 그제서야 비로소 애플만의 고유한 ‘맛’을 느낄 수가 있다.

저자: 애덤 라신스키, 출판사: 청림출판, 가격: 15,000원

글 / IT동아 허미혜(wowmihye@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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