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MIT’로 불리는 영국 임피리얼칼리지가 처음 만들어낸 것들이다. 임피리얼칼리지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스위스 연방공대와 함께 유럽 물리 연구의 ‘트로이카’로 꼽힌다. 특히 광학 연구 그룹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전체 연구자 100여 명 중 광학 연구에만 15명이 포진해 있고 연간 연구비는 100억 원에 이른다.
이 연구 그룹을 이끄는 수장은 다름 아닌 한국인 김명식 교수(50)다. 김 교수는 1990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00년 영국 퀸스대를 거쳐 2009년 임피리얼칼리지 교수로 발탁됐다.
학계에서의 ‘인지도’에 비해 국내 언론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김 교수를 19일 서울에서 만났다. 많지 않은 동양인 교수가 중요한 보직을 맡은 데 대해 김 교수는 “그간의 연구 업적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적인 정보서비스 회사인 톰슨로이터가 선정한 세계 20대 양자 컴퓨터 연구자 가운데 한 명이기도 하다. 양자동역학센터장을 맡고 있는 김 교수는 전 세계 양자 컴퓨터 연구자 1만2269명 가운데 현재 랭킹 14위에 올라 있다. 지금까지 펴낸 논문 58편과 논문 인용횟수 1054회로 산출한 결과다.
“영국 대학에서는 교수 평가가 7년에 한 번씩 이뤄집니다. 7년 동안 자신의 연구 성과 중 가장 자신 있는 논문 4편을 제출해 심사를 받으면 됩니다.”
심사를 통과하면 1인당 연간 최대 7만 파운드(약 1억3000만 원)에 이르는 연구비를 정부에서 받는다.
김 교수는 “심사 논문을 4편으로 제한한 건 논문의 양보다 질로 평가하겠다는 의미”라며 “연구자들이 불필요한 다작 경쟁을 벌일 필요가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론 물리학자이면서도 경영학 석사학위가 있다. 이 때문에 퀸스대에서는 금융수학을 가르치기도 했다. 김 교수는 “변수가 나타내는 의미가 다를 뿐 금융이론에서 사용하는 방정식은 물리학에서 사용하는 방정식과 원칙적으로 같다”고 설명했다. 옵션의 가격을 결정하는 ‘블랙-숄스(Black-Scholes)’ 방정식도 물리학에서 열확산 속도를 계산하는 방정식을 차용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10여 년 전과 비교해 한국 연구자들의 수준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양자 컴퓨터를 포함한 양자 이론 연구는 물리학뿐만 아니라 생명공학 등 모든 분야에 적용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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