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를 들고]발 저려 잠자기 힘든 당뇨환자, 신경병증 아닌지 의심해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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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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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래 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김성래 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최근 60대 중반의 한 당뇨병 환자가 진료실을 찾아왔다. 밤마다 발이 가렵고 저려 잠자기 힘들고 걸을 때 발에 감각이 없다고 호소했다. 환자의 발엔 작은 상처가 곪아가는 흔적이 보였다. 당뇨병 합병증의 하나인 ‘당뇨발’이다.

이 환자는 다행히 약물을 처방하고 발의 일부분을 절제하는 수준에서 치료가 됐다.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발 전체를 절단할 수도 있었다. 정말 큰일 날 뻔했다.

당뇨병을 전문으로 보는 의사로서 여러 합병증을 많이 봐 왔다. 그중에서도 당뇨발이 제일 독하다. 발과 다리뼈의 살이 썩어 들어가는 족부궤양과 이로 인한 족부절단은 환자들도 가장 무서워하는 합병증이다. 다만 당뇨발을 일으키는 중요한 원인인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에 대해서는 일반인도, 환자도 잘 모르는 듯하다. 앞서 언급했던 환자의 경우도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을 앓고 있었다. 그 또한 이 병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고, 그 결과 병을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 조사에서도 당뇨병 환자의 33%가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을 앓고 있다고 나타났다. 당뇨병 환자에게 아주 흔한 합병증이란 얘기다. 그러나 이를 아는 환자는 거의 없었다. 사실 의료진은 당뇨병 환자라면 누구나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을 경험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통증을 확인한다.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은 고혈당 상태에서 말초신경과 미세혈관이 손상되면서 나타난다. 발이나 다리에 저리거나 찌르는 듯한 느낌이 들거나 피부가 이불에만 닿아도 아픈 과민반응을 보이거나 불에 덴 것처럼 화끈거리기도 한다. 어떤 환자는 잠을 못 이룰 정도로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심한 통증은 수면방해, 불안 등의 2차 질환을 일으켜 환자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초기엔 보통 발이나 다리에 저린 느낌이 온다. 신경이 손상될 때 나타나는 느낌이지만 환자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증세가 심해져 무감각해졌을 때는 발에 상처가 나도 알지 못하는데, 방치한 상처는 발을 자르는 단초가 된다.

의사는 환자 상태가 최악으로 치닫지 않도록 적절한 치료를 하려고 늘 최선을 다한다. 그 결과일까. 최근 해외 학회가 치료제 및 치료 방법별로 등급을 매겨 객관적인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 치료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적은 양의 약물처방으로도 통증을 줄이고 수면방해를 잘 관리해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또한 합병증이 동반되면서 다양한 약을 한 번에 복용하는 당뇨병 환자의 특성도 고려했다. 약물 간 상호작용이 없거나 있더라도 아주 작은 치료제를 사용해 부작용을 줄이는 것이다.

무엇보다 환자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당뇨병 환자라면 기본적인 혈당 체크 및 생활요법을 잘 지켜야 할 것이다. 그게 합병증을 줄이는 방법이다.

김성래 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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