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리는 무릎이야기/이수찬 의학박사·정형외과 전문의 지음, 268쪽, 느낌이 있는 책 1만2000원
평소 지병으로 병원방문이 잦은 환자가 얼마 전 ‘1시간 기다려 1분 진료보고 나온 허탈함’을 의사에게 호소했다. 의사가 온전히 자신에게 주어진 진료시간에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모니터만 뚫어져라 본다는 게 환자의 푸념이었다. 병원을 찾는 환자는 몸과 마음의 고통을 모두 가진 경우가 많다.
오랜 세월 병마에 시달려온 환자라면 더욱 그렇다. 믿을 사람은 의사뿐이다. 하물며 의사가 보내는 따스한 눈길과 손길은 환자에게 큰 감동을 준다. 그래서 환자의 마음까지 헤아려줄 수 있는 인술(仁術)이 바로 의술(醫術)이라는 말도 있다. 해묵은 권위를 벗어 던지고, 환자와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의사만 환자의 마음까지 치료해줄 수 있다.
이 책을 읽어 내려가면 한 의사의 인간미를 느낄 수 있는 구절이 자주 눈에 띈다. “나도 신참인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매 순간 실수에 대한 강박으로 고심했던 날도 있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아쉽고 미안함이 남는 환자들도 있다”고. 또 “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보면 분명 상술에 현혹되는 시점이 찾아온다. 하지만 일단 상술의 유혹에 넘어가면 더 이상 의술은 인술이 되지 못하고 의사가 되고자 했던 초심은 사라지거나 퇴색하게 된다”는 구절에선 인간적인 고뇌도 엿보인다.
흔히 의사가 내는 책은 대부분 질환이나 치료법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책은 저자가 20여 년간 무릎관절염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무릎에 얽힌 그들의 인생살이를, 꼭 알아야 하는 의료정보와 함께 수 편의 에피소드로 엮어 소개했다. 한나절 가볍게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자전적 에세이집에 가깝다. 특히 진료하면서 실수했던 점이나 수술 후 합병증 등 의사로서 쉽게 끄집어낼 수 없는 얘기들을 진솔하게 써 내려간 점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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