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망가진 관절, 피(血)로 살린다!

  • Array
  • 입력 2010년 1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연세사랑병원 세포치료센터, PRP 요법으로 초기 관절질환 치료

《“나이가 많아서 수술은 부담스러워요.”

퇴행성관절염 진단을 받은 이옥자 씨(57·여). 수술을 해야 치료가 빠르다지만 나이가 많아서 수술은 왠지 두렵다. 그렇다고 약물치료나 물리치료만 받자니 효과가 빨리 나타나지 않을 것 같아 망설여진다. 이 씨처럼 수술을 부담스러워 하는 퇴행성관절염 환자를 위한 비수술적 치료법이 최근 등장해 주목받고 있다. ‘혈소판 농축 혈장(PRP) 주사요법’이 바로 그것. PRP는 특수 키트를 이용하여 자신의 혈액에서 혈소판만을 분리해 5배 이상 농축한 것을 말한다. 혈소판에는 PDGF, TGF, EGF, VEGF 등 성장인자가 풍부하다. 혈소판 속에 든 이들 성장인자에는 세포증식, 콜라겐 생성, 상피세포 성장촉진, 신생혈관 재생, 상처치유 능력 등이 있어 연골의 파괴를 막고 연골을 강하게 만드는 효과를 낸다. PRP 요법은 환자 자신의 피를 사용하기 때문에 간염이나 알레르기 반응 등 부작용이 적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PRP 요법이 연골이나 인대, 관절치료에 다양하게 쓰이고 있으며, 국내에는 최근 한국계 미국인 북미프로미식축구리그 선수 하인스 워드가 수술 없이 무릎인대 부상을 치료한 방법으로 알려지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관절전문병원인 연세사랑병원은 연골 치료를 위해 지난해 PRP 요법을 도입했다. 이 병원 고용곤 대표원장은 “그동안 관절질환은 증상의 경중에 상관없이 수술로 치료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비교적 가벼운 질환의 경우 비수술적 치료를 원하는 환자가 많았다”면서 PRP 주사요법을 도입한 배경을 설명했다. 연세사랑병원은 전문병원으로는 최초로 세포치료센터를 세워 PRP 요법을 연구 발전시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 세포치료센터 통해 PRP 치료 전문성 더해

지난해 9월 문을 연 연세사랑병원 세포치료센터는 PRP 요법을 중심으로 연골세포의 채취와 배양 등 세포치료 연구를 위해 설립됐다. 서울 강남과 강북, 경기 부천 등 병원 3곳에 상주하는 연세대 출신 관절 전문의 7명과 3명의 연구원, 8명의 임상병리사 등 총 18명의 의료진으로 구성돼 있다. 이곳 세포치료센터에선 환자의 혈액을 채혈한 뒤 PRP를 분리하고 농축하는 일이 이뤄진다.

PRP 농축을 위해서는 먼저 혈액 20∼40cc(소주 반 잔 정도 분량)를 원심분리기에 넣고 돌린다. 이때 혈액은 무게에 따라 3개 층으로 분리된다. 맨 밑에는 붉은색의 적혈구가 가라앉는다. 중간에는 짙은 노란색의 혈소판, 맨 위에는 옅은 노란색의 혈장으로 나뉜다. 중간에 있는 혈소판을 특수 키트를 이용해 처리하면 2∼4cc의 농축된 PRP를 얻을 수 있다. 세포치료센터에선 이렇게 자체적으로 PRP 분리와 농축이 가능해 채혈에서 주사까지 30분 안팎으로 총 시술시간을 줄였다.

이곳 세포치료센터에 따르면, PRP 분리와 농축기술의 핵심은 원심분리기의 RPM(분당 회전수와 분리시간)을 조절하는 데 있다는 것. 연세사랑병원 세포치료센터(강북) 박영식 원장은 “원심분리기의 지름에 따라 돌아가는 각도와 회전수를 달리해야 PRP의 분리와 농축이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면서 “일반 혈액의 5∼7배로 농축된 PRP는 cc당 100만 개 이상의 혈소판이 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 PRP 요법, 무릎관절질환의 비수술적 치료로 적합

PRP 요법은 중장년층 여성들에게 많은 퇴행성관절염, 연골이 물렁해져 약해지는 연골연화증, 격한 운동 때문에 생긴 무릎인대 손상을 호전시키는 것으로 나타난다. 연세사랑병원은 최근 4개월간 무릎관절염 환자 100명을 PRP 요법으로 시술했는데, 이 중 80% 이상의 환자에게서 시술 4주 후부터 증상이 호전되는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연골연화증 환자에게도 90% 이상의 치료 효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이런 사실은 지난해 10월 국제적인 관절염 연구기관인 이탈리아 볼로냐대 ‘리졸리 관절연구소’가 유럽 무릎관절 및 스포츠학회 공식학술지인 ‘KSSTA’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서도 입증됐다. PRP 요법으로 시술받은 퇴행성관절염 환자 91명 중 80%가량이 두 달 만에 IKDC점수(관절염 호전 정도의 측정기준으로 통증 없이 걸을 수 있는 거리를 수치화한 것)가 46.1점에서 78.3점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난 것.

연세사랑병원 세포치료센터(부천) 김용찬 원장은 “PRP 요법 시술 후 통증이 완화되고 보행 기능이 향상됐다”면서 “다만 연골이 50% 이상 닳아 없는 퇴행성관절염 말기보다는 관절염 초기와 중기 환자에게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PRP 요법은 보통 일주일에 한 번씩, 모두 3회 정도 치료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손상된 무릎 관절에 주사하면 2시간 안에 성장인자가 다량 분비돼 연골 재생으로 이어진다. 효과는 보통 첫 주사 후 4주 이내에 나타난다. 김 원장은 “PRP 요법 시술을 받은 후에는 자가 치유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연골이 더 손상되지 않도록 방지하는 데에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시술 후 24시간은 가급적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으며, 이후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비수술적 방법이라 환자의 부담이 적고 시술이 간단하며 회복이 상대적으로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 어깨, 발목인대 및 스포츠 손상에도 폭넓게 사용

PRP 요법은 무릎관절의 연골 치료뿐 아니라 팔꿈치의 만성 염증인 테니스 엘보, 골프 엘보, 어깨 힘줄인 회전근개의 부분파열 및 손상, 오십견 등의 치료에도 사용된다.

연세사랑병원 어깨관절센터 성창훈 원장은 “어깨질환의 80%를 차지하는 회전근개질환 중 부분파열과 초기 오십견 환자의 치료에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전근개부분파열의 경우 수술을 하기에 증상이 약하거나 환자들이 수술을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가 많아 PRP 요법이 주로 시술된다는 것. 또 발뒤꿈치에 염증이 생기는 족저근막염과 장딴지와 발목에 걸쳐 있는 힘줄에 염증이 생기는 아킬레스건염 등의 치료에도 폭넓게 사용된다.

PRP 요법은 운동을 하다 생긴 인대 손상의 치료에도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용곤 대표원장은 “PRP 요법은 잘 낫지 않는 만성질환을 수술하지 않고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라면서 “앞으로 세포치료센터에서는 연골세포를 배양해 연골재생과 관련된 연구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의료전문 신헌준 변호사의 감수를 받았습니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