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 사막에 나무가 자란다고?

  • 입력 2009년 8월 8일 12시 37분


사진출처=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출처=내셔널지오그래픽
전 세계적으로 지구 온난화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기후변화가 오히려 혜택을 가져다주는 지역도 나타나고 있다.

'사하라 사막'이라고 하면 뜨겁게 작렬하는 태양 아래 이글거리는, 생명체 하나 보이지 않고 끝없이 넓은 고운 모래 언덕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 같은 이미지가 풀과 나무가 들어선 모습으로 대체되고 이 지역의 명칭도 '사하라 초원'으로 바뀌게 될지 모른다.

최근 과학계에선 온난화의 영향으로 아프리카에서 강우량이 늘면서 사하라 사막이 초원지대로 바뀌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불모지였던 이 지역에 목초지와 농경지가 늘고 인간의 거주 지역도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학전문지 내셔널지오그래픽은 1982~2002년 위성사진 분석결과를 통해 온난화가 아프리카의 사막화를 촉진한다는 우려와 달리, 사하라 사막 주변부에선 녹지대가 오히려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녹화 현상은 사하라 사막 남부에 위치한 반건조지대 사헬의 동서 약 3860km에 걸쳐 두드러진 것으로 조사됐다고 잡지는 전했다. 또 사헬에 녹지대가 늘면서 차드, 수단 등 이 일대 국가에선 생물의 종류와 개체 수도 다양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독일 막스플랑크 기상연구소의 마르틴 클라우센 박사는 "기온이 상승하면 대기 중에 더 많은 수분이 저장되면서 강수량도 늘게 된다"고 설명했다. 과학계에서도 기온이 높아짐에 따라 비가 많이 내리는 현상은 잘 알려져 있다.

독일 쾰른대 아프리카연구소의 슈테판 크뢰펠린 박사는 "북아프리카 지역에 아카시아 등 새로운 종류의 수목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년 동안 이 일대를 직접 방문해 조사한 결과, 과거와 달리 큰 관목이 자라게 된 것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크뢰펠린 박사는 또 "이 지역에 거주하는 유목민들이 최근 비가 많이 내리면서 방목지가 확대됐다고 말한다"면서 "이집트 남서부와 수단 북부에 걸친 사하라 사막 동부는 수천 년 동안 전갈 한 마리도 살지 못하는 척박한 환경이었으나, 지금은 낙타가 방목되고 타조 가젤 양서류 등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다"고 전했다.

사헬에서 녹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은 예전에도 있었다. 네덜란드 왕립기상연구소는 2005년 사헬의 우기(7~9월) 강우량이 2080년까지 하루 평균 2mm씩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그러나 기후 변화가 향후 사하라 사막 일대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기상학자마다 의견이 다르다. 녹화 현상에 대해 '제한된 지역에서만 나타난 것'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한편으로는 세계 최대의 섬이자 동토(凍土)인 그린란드도 온난화로 인해 '미래 부국(富國)'으로 부상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사람이 활동하기엔 너무 추웠던 기후가 살기 적합한 쪽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그린란드에선 300년 동안 이어진 덴마크의 지배로부터 벗어나려는 움직임도 본격화됐다. 덴마크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6월엔 자치권 발효 기념식을 열고 독립 국가의 첫발을 내딛었다.

그린란드는 석유, 천연가스 등 엄청난 양의 지하자원이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국토의 85%가 얼음으로 덮여 개발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향후 자원개발을 통해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일 길이 열리고 있다.

이와 함께 그린란드 일부 지역에선 추운 날씨 때문에 그동안 불가능했던 농작물 재배도 이뤄지고 있다. 농경지도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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