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다리 짚고 책보면 허리 망가진다

  • 입력 2009년 7월 20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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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독서’ 대부분 나쁜자세… “자주 움직이고 걸어야”

올여름 들어 서점을 자주 찾는 최모 씨(35). 평소 척추질환을 앓고 있는 그는 여느 때처럼 짝다리로 서서 책을 보다가 곧 바닥에 앉았다. 1시간 정도 지났을 때 소변이 마렵기 시작했다. 화장실에 가려고 고개를 들고 일어서려는 순간 어지럼증과 함께 극심한 허리 통증이 찾아왔다. 최 씨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여겨 곧 잊어버렸다. 그러나 며칠 후 서점에서 똑같은 증상이 나타났다. 이번에는 그전보다 더 큰 통증이 엄습해 왔다.

비단 최 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여름철 장마와 무더위를 피해 에어컨 바람이 빵빵한 대형 서점을 찾는 사람 가운데는 비딱하고 구부정한 자세로 책을 읽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만약 최 씨처럼 허리 병이 있는 사람이 나쁜 자세로 책을 계속 읽을 때 허리 상태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고도일 신경외과가 서울 강남의 대형 서점을 찾은 40세 미만 남녀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62%(124명)가 ‘짝다리를 짚고 고개를 숙여 책을 읽는다’고 대답했다. 이어 ‘서점 바닥에 앉아 책을 읽는다’는 응답이 20%(40명), ‘책장 혹은 벽에 기대 읽는다’는 응답이 12%(24명)의 순이었다. 이처럼 잘못된 자세로 책을 읽는 사람들 가운데 87%(174명)가 책을 읽는 도중 허리와 목에 통증을 느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서점에서 가장 필요한 시설을 묻는 질문에는 의자가 64%(128명)로 가장 많았다.

사실 어떤 자세라도 30분 이상 유지한다면 허리 건강에 좋지 않다. 서점에서 30분 이상 책을 읽을 때는 자신의 몸 상태에 맞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몸을 자주 움직이고,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풀어주며, 잠시 주위를 걷는 게 좋다. 서서 책을 볼 때는 책이 깔려 있는 테이블을 등진 상태에서 테이블에 살짝 몸을 기대 허리에 가는 하중을 줄이는 게 좋다. 목과 어깨의 부담을 줄이려면 얼굴 높이에서 책을 펼치고, 팔꿈치를 겨드랑이 양쪽에 붙인 상태에서 고개를 20∼30도 숙이는 것이 좋다.

앉아서 책을 볼 때는 양반다리를 하고 가방을 무릎 위에 올려놓은 뒤 팔꿈치를 세워 목을 최대한 아래로 숙이지 않도록 주의한다. 이때 허리는 최대한 펴고 힘들다면 벽과 책장 등에 살짝 기대는 것도 괜찮다. 고도일 원장은 “서점에서 책을 읽을 때는 짝다리를 짚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면서 허리와 목의 근육을 풀기 위해 스트레칭을 잊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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