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복 벗겨라”… 막가는 ‘사이버 테러’

  • 입력 2009년 1월 12일 02시 58분


오프라인의 ‘미네르바’인터넷 경제기고가 ‘미네르바’ 박모 씨가 10일 구속됐다. 이날 구속에 앞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는 박 씨가 취재진의 카메라 세례에 얼굴을 가리고 있다. 연합뉴스
오프라인의 ‘미네르바’
인터넷 경제기고가 ‘미네르바’ 박모 씨가 10일 구속됐다. 이날 구속에 앞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는 박 씨가 취재진의 카메라 세례에 얼굴을 가리고 있다. 연합뉴스
■ 영장 판사 인신공격 확산

사진-출신교 공개 마녀사냥식 욕설 댓글

일부 판결만 부각… ‘정치편향’으로 몰기도

인터넷 경제기고가 ‘미네르바’ 박모(31) 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의 얼굴사진, 이력 등이 인터넷에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면서 ‘익명성에 기댄 마녀사냥’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김용상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박 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직후부터 인터넷 포털 다음을 중심으로 김 부장판사의 얼굴사진, 출신 고교와 대학, 각종 신상정보와 함께 그를 비난하는 글이 오르기 시작했다.

11일에는 대부분의 포털 사이트 게시판과 블로그 등에 김 부장판사의 사진과 개인정보가 확산됐다. 각종 블로그 등에 게재된 김 판사의 사진 밑에는 ‘법복을 벗겨야 한다’ ‘표독스럽게 생겼다’ ‘이명박 고충처리 전담 해결사냐’ 등 인신공격성 욕설에 가까운 댓글이 달렸다.

한 누리꾼은 11일 오후부터 다음 아고라 청원게시판에 ‘미네르바 구속영장 발부한 김용상 판사를 탄핵합시다’라는 1만 명 서명운동을 제안했다. 이 누리꾼은 김 부장판사의 경력에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 노건평 씨, 주경복 전 서울시교육감 후보를 지원한 전교조 간부 등에 대해선 영장을 발부한 반면 친박연대 양정례 의원의 어머니 김순애 씨, 공정택 서울시교육감 관련 학원가 관련자, 이명박 대통령 후원회 관계자 등에 대해서는 기각 결정을 내렸다고 적었다. 김 부장판사가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인식을 심어주려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부장판사는 이전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은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 메이저신문 광고 중단 협박 사건 재판 증인을 폭행한 혐의를 받은 방청객, 제이유그룹 사건에 연루됐던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원 등에 대해 영장을 기각한 전례가 있다. 공 교육감 관련자는 영장이 청구된 적이 없다.

법조계에서는 특정 법관에 대해 자신의 입맛에 맞도록 치우친 정보를 짜깁기해 퍼뜨리고 인신공격성 글을 올리는 것은 사이버 테러이자 법원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과 교수는 “판결에 대해 합리적인 비판은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사진을 퍼나르고 욕을 하는 등 인신공격을 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장영수 고려대 법학과 교수는 “법관에 대해서도 이런 사이버 공격을 할 정도로 누리꾼들 스스로 자제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퍼지면 사이버 모욕죄 도입이 정당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한 뒤 법원 차원의 대응이 필요한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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