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사가 ‘여름 병’이라고요?

  • 입력 2008년 12월 23일 11시 38분


이근주 씨(35)는 얼마 전 딸 서현이(20개월)의 설사로 병원을 찾았다. 3일째 계속된 아이의 설사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였다. 엄마는 아이가 작게 태어난 편이라 평소 먹을거리도 세심하게 살피고 위생관리도 신경을 썼는데 무엇이 문제였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흔히 ‘설사’하면 찬 것을 많이 먹는 여름철을 떠올린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관악 함소아한의원 고우석 원장은 “겨울철에도 설사 때문에 한의원을 찾는 아이들이 여름 못지않다. 사람의 장은 식물의 뿌리와 같아 장이 튼튼해야 영양분을 제대로 흡수하여 원활한 성장할 수 있다”며 아이 성장의 빨간불이 될 수도 있는 ‘겨울철 설사’를 결코 쉽게 보아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겨울 설사는 잦은 감기, 바이러스에 의한 장염이 주원인

여름철 설사가 찬 음식을 너무 많이 먹거나 상한 음식 등에 의한 식중독, 장염 등이 주요 원인이라면, 겨울철 설사는 감기나 비염 등 호흡기 질환이나 바이러스로 의한 것이 주원인이다. 전자의 경우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음식만 조심해도 상당부분 피해갈 수도 있지만, 후자는 아이의 특성상 예방이 쉽지 않다.

고우석 원장은 “한의학적으로 폐와 대장은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어린 아이일수록 면역력이 약해 감기에 자주 걸리고, 위장기능이 약한 편이라 장염에 걸리면 복통, 설사 증세를 동반하기 일쑤이다. 특히 겨울철 설사는 단체생활을 일찍 시작한 어린 아이들에게 흔히 나타난다.”고 말했다. 항생제를 과하게 복용하는 경우도 장의 정상적인 소화흡수 능력을 떨어뜨려 설사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게 고 원장의 설명이다.

설사 무조건 굶겨선 안 돼, 지사제 사용 신중

설사 하는 아이 돌보기의 기본은 안정과 음식조절이며, 이와 함께 탈수와 탈진을 막는 게 중요하다. 설사가 심하지 않다면, 미지근한 보리차나 미음 등을 수시로 먹여서 수분을 보충하고 며칠간은 죽을 위주로 먹이는 것이 좋다. 찬 음식, 기름기가 많은 음식, 우유, 요구르트, 치즈 등 유제품, 과일 등은 장에 자극을 줄 수 있으므로 피한다. 간혹 설사나 구토가 심할 때 무조건 굶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탈수의 위험도 있고, 장의 회복도 더디게 하므로 주의한다. 지사제 사용도 신중해야 한다. 근본치료 없이 설사만 멈출 경우 재발 가능성이 크고, 세균감염에 의한 설사라면 설사를 통해 장에 있는 세균이나 독소를 몸 밖으로 내보내야하기 때문이다. 만약 아이가 구토나 설사가 심하고 고열을 동반하거나 대변에서 농이나 피가 섞여 나오고 힘없이 축 처져 있거나 소변을 반나절 이상 보지 못하면 빨리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청국장, 유산균, 제철과일 섭취 늘리고 한방치료 병행해야

한방에서의 설사 치료는 체질이나 원인에 따라 다르다. 보통 위장의 흡수력을 높이고 인체 수분 대사의 통로를 조절하여 소변으로 유도하거나 습을 제거하는 약재를 투여한다. 대표적인 처방으로는 위령탕, 향사온비탕, 오령산 등이 있다. 또한 설사에 농이나 가래, 혈변 같은 것이 섞여 나온다면 염증을 다스리는 시호, 황금, 황련 같은 약재를 추가한다. 만약 위장 기능이 허약해 만성적인 설사를 한다면 비위 기능을 튼튼히 하면서 습(체내 정체된 수분)을 다스리거나 속을 따뜻하게 해주는 처방을 한다. 장 건강을 위해선장에 이로운 음식을 자주 먹는 것이 중요하다. 청국장 같은 전통 발효식품이나 제철 과일, 채소, 유산균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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