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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6월 18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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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 침해-신원도용 등 부작용 대책 시급
‘.한국’등 한글이름 도메인 내년초 도입 추진
17일 서울에서 개막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장관회의’는 ‘융합’ ‘창의’ ‘신뢰’의 핵심 주제 가운데 인터넷의 신뢰 회복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OECD는 세계 상업 및 사회적 교류에서 인터넷의 비중은 크게 확대되고 있지만, 사이버 범죄, 프라이버시 침해 등으로 인터넷의 신뢰성이 큰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OECD 장관회의에서는 17, 18일 이틀간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내놓을 ‘서울선언문’에 온라인 신원 도용, 부적절한 자료, 사생활 침해에 대한 각국 정부의 법집행 조율 등 인터넷 신뢰도 제고를 위한 실행방안을 포함시킬 것으로 보인다.
OECD 장관회의는 △미래 경제성과와 사회복지 △융합의 혜택 △창의성 증진 △신뢰 구축 △글로벌 인터넷 경제 등 5개 라운드 테이블 논의와 정부 수석대표회의를 통해 의견을 조율할 예정이다.
○신뢰 붕괴는 인터넷 경제의 위험요소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인터넷은 최근 10년간 OECD 회원국 국내총생산(GDP) 성장의 17.9%를 차지하면서 세계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다”며 “인터넷 경제 시대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산업 간 경쟁, 투자 유발, 소비자 이익에 대한 새로운 정책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국가 간, 지역 간 디지털 기회 차별과 해킹 등 인터넷 경제의 미래를 위협하는 요인은 우리에게 경각심을 갖게 한다”며 “인터넷 경제의 미래를 떠받치는 대들보인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깊이 있게 토론해 줄 것”을 당부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하마둔 투레 사무총장도 “인터넷이 안전해지지 않는 한 우리가 원하는 혜택을 인터넷으로부터 얻지 못할 것”이라며 “비즈니스, 공공기관, 어린이 등 모두를 위한 인터넷의 신뢰 구축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인터넷 신뢰 붕괴에 대해선 각국 정부가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됐다. 한 국가가 안전하지 못하면 다른 국가도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비비안 레딩 유럽집행위원회 정보사회미디어집행위원은 “에스토니아가 제3국의 해킹 공격을 받아 글로벌 인터넷 접속이 끊기면서 국가 경제에 큰 피해를 본 적이 있다”며 “국제 사회가 인터넷 공간의 신뢰에 공동의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16일 열린 ‘이해관계자 포럼’에서도 OECD 민간경제자문기구인 BIAC는 회원국 정부에 “인터넷 유해환경에 대응하는 형사법의 집행을 강화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인류 공통의 발전방안 찾아야
이번 서울 OECD 장관회의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경제 사회적 영역과 공공정책 부문을 발전시키는 방안 등이 다양하게 모색됐다.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은 “인터넷은 전기와 같이 우리의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보편적 기술”이라며 “인터넷이 기업 활동, 사회 교류와 통합되며 디지털 경제를 창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케빈 마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은 개막연설에서 “우리는 모두가 접근할 수 있는 인터넷을 만들기 위해 사업자들의 경쟁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인터넷을 확대하고 있다”며 “시장 규제보다는 경쟁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이를 실현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세계 경제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정보통신 인프라스트럭처가 상대적으로 낙후한 국가를 인터넷 경제 체제로 견인하는 것이 일차적 과제”라며 “인터넷 기반의 새로운 글로벌 경제 환경의 안정성과 개방성을 높이기 위해 국가 간 협력 체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 회장은 “인터넷의 부작용을 적절히 제어하기 위해서라도 국가간 협력 체제 구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와타나베 가쓰아키(渡邊捷昭) 도요타자동차 사장은 “일본은 정보기술(IT)을 교통 통제에 활용해 인류 공동문제인 지구 온난화 등을 해결하려 한다”며 “이런 시스템을 다른 나라에 소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의 폴 투메이 사장은 닷컴(.com) 등 영어 인터넷 주소 대신 ‘.회사’ ‘.한국’ 등 한글 최상위 도메인을 이르면 내년 초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정책이 도입되면 ‘동아일보.한국’ 등의 한글 인터넷 주소 사용이 가능해진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인터넷 그대로 믿으면 바보, 여러 정보 비교 사실 확인을”
■ 로런스 레식 美 스탠퍼드대 교수
‘OECD 장관회의’ 참석차 방한한 레식 교수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인터넷 언론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언론의 전통적인 신뢰가 붕괴하는 현상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대답했다.
그는 “약 30년 전 소련 여행을 했는데, 그때 그들은 ‘소련이 미국보다 언론의 자유가 있다’고 했다”며 “미국인은 뉴욕타임스 하나만 읽고 진실이라고 믿지만 소련에서는 어떤 신문도 진실을 말하지 않기 때문에 3, 4개 신문을 읽으며 사실을 추정할 뿐이라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레식 교수는 “사람들이 인터넷을 그대로 믿는 것은 지금이 일종의 과도기이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는 인터넷에 올라온 정보를 액면 그대로 믿지 않고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거짓을 말하는 사람을 벌주기보다 옳은 정보를 더 퍼뜨리는 것이 좋은 대안”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