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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25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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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계절 매장 연출
쇼윈도 터치하면 상품이 좍~
“네덜란드의 한 데이트 주선 회사는 ‘리빙컬러’로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했어요. 그 결과 미팅에 참여한 남녀의 호감도를 크게 높였죠.”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세계 최대 조명 전시회 ‘라이트+빌딩 2008’에서 제아넷 하르퍼 필립스 조명사업부 홍보총괄팀장은 최근 조명 트렌드가 ‘감성’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다양한 색깔을 낼 수 있는 발광다이오드(LED)가 등장하면서 감성을 사로잡는 조명이 더욱 발전하고 있다.
리빙컬러는 필립스가 개발한 LED 조명이다. 손가락으로 리모컨에 달린 원형 휠을 돌리면 내장된 칩이 적색 2개, 청색 1개, 녹색 1개의 LED를 이용해 밝기와 색상을 조절한다. 리빙컬러가 구현하는 색깔만 무려 1600만 가지로 분위기에 따라 다양한 무드를 만들어낸다.
○ ‘터치’ 한 번으로 아이쇼핑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자동차로 약 2시간 거리인 에인트호번에는 필립스의 연구소 중 하나인 ‘숍랩(Shop Lab)’이 있다. 이곳에서는 백화점이나 쇼핑몰 등 매장에서 쇼핑객의 감성을 사로잡을 조명 연구가 한창이다.
숍랩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제일 먼저 입구의 쇼윈도가 눈에 들어온다. 쇼윈도는 터치스크린형 디스플레이로 손가락을 갖다 대면 화면에 원하는 상품이 뜬다.
쇼윈도 뒤쪽으로는 진열상자 안에 구두가 놓여 있다. 구두를 들었다 놓을 때마다 상자 위쪽에 달린 조명이 상자 안의 색을 바꾼다. 조명 옆에 달린 카메라가 구두를 찍으면 컴퓨터가 구두 색을 인식해 상황에 따라 적절한 색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계산대 위에 놓인 달력 모양의 책을 집어 들어 한 장을 넘기자 한순간 매장 전체가 붉은색에서 푸른색으로 바뀐다. 두꺼운 종이 사이에 들어 있는 전자태그가 무선으로 컴퓨터에 정보를 보낸 것이다. 여름엔 시원한 바다를, 겨울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연출할 수 있다.
리카르트 판 더 슬라위스 연구원은 “숍랩의 모든 조명이 LED이기 때문에 이런 마법 같은 일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LED는 전류가 흐르면 빛을 내는 반도체다. 일종의 전자회로이기 때문에 컴퓨터로 손쉽게 색을 조절할 수 있다.
슬루이스 연구원은 “비싸게 매장 인테리어를 바꿀 필요 없이 LED 조명으로 매장을 손쉽게 ‘페인트칠’하면 된다”고 말했다.
○ 병원에도 핸드백에도 LED 활용
LED는 병원마저 황홀한 곳으로 바꾼다. 미국 시카고에 있는 루터교어린이종합병원은 2005년 7월 LED 조명을 이용해 ‘가상환경 체험 시스템’을 갖춘 독특한 진료실을 열었다.
어린이 환자가 컴퓨터단층촬영(CT)을 받는 동안 벽면과 천장에는 캐릭터 동영상이 비치고, 음악과 조명이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모형 CT 장치로 장난감 내부를 찍는 놀이도 해보게 한다. 환자의 여린 감성까지 생각한 이 시스템의 모든 검사는 15분이면 끝난다.
필립스는 세계적인 보석 가공업체인 스와로브스키와 함께 ‘발광 핸드백’을 개발하고 있다. 이 핸드백은 보라색 가죽 앞면 전체를 발광 섬유로 만들어 메시지나 그림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발광 섬유에는 LED와 배터리가 들어 있어 다양한 형태의 빛을 낼 수 있다. 발광 섬유를 옷이나 가방, 구두에 사용하면 일반 소형 건전지 4개로 8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에인트호번=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