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연 - 윗슨 “여자끼리 통했나 봐요”

  • 입력 2008년 4월 23일 03시 01분


12일간의 우주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귀환한 한국 첫 우주인 이소연 씨(오른쪽)가 21일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의 스타시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가운데 짧은 머리 여성이 미국 우주인 페기 윗슨 씨이며, 그 옆은 우주선 선장인 유리 말렌첸코 씨다. 스타시티=EPA 연합뉴스
12일간의 우주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귀환한 한국 첫 우주인 이소연 씨(오른쪽)가 21일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의 스타시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가운데 짧은 머리 여성이 미국 우주인 페기 윗슨 씨이며, 그 옆은 우주선 선장인 유리 말렌첸코 씨다. 스타시티=EPA 연합뉴스
귀환 우주선을 함께 타고 지구로 돌아온 이소연(30) 씨와 미국 여성 우주인 페기 윗슨(48) 씨가 각별한 인연을 쌓아 가고 있다. 윗슨 씨는 우주 체류기간이 377일로 미국인 중에서 최고 기록을 세운 인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초 이 씨가 우주선 탑승자로 공식 선정되기 전 윗슨 씨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이 씨에게 위성 전화를 걸었다. 윗슨 씨는 당시 이 씨에게 “고산 씨 대신 소유스호를 타고 ISS에 오게 될 것 같다. 공식 발표가 나올 때까지 비밀을 잘 지켜 달라”고 귀띔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가가린센터 측이 ISS 선장을 맡고 있던 윗슨 씨에게 한국 우주인 후보 교체 가능성과 함께 이 씨에 대한 의견을 물었던 것. 윗슨 씨는 가가린센터에 “좋다”는 답변을 보내는 한편 이 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주는 배려를 잊지 않았다.

이 씨가 ISS에 머물던 15일 윗슨 씨는 모스크바 우주통제센터(MCC)에 모인 기자들과의 화상 대화에서 “이 씨에 대해 평가해 달라”는 질문을 받고 “각종 실험과 우주생활에 매우 적극적이고 팀워크도 좋다”며 후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이 씨는 귀환 후 22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귀환 우주선이 대기권에 진입한 뒤 우주선 내부가 뜨거워져 깜짝 놀랐다”며 “옆에 있던 동료가 정상적으로 보여 나도 태연한 척했다”고 털어놓았다. 위기 상황에서 이 씨를 안심시킨 동료는 바로 윗슨 씨였다.

두 사람은 지난해 3월 이 씨가 우주인 탑승 후보로 가가린센터에 입소한 뒤부터 친하게 지냈다. 윗슨 씨가 지난해 10월 ISS로 떠나기 전까지 이 씨는 송편 등 한국 음식을 직접 만들어 윗슨 씨에게 대접했다. 윗슨 씨는 지난해 6월 이 씨의 생일날 미국 우주인들이 묵고 있던 숙소로 이 씨를 불러 축하 파티를 열어주기도 했다.

이 씨를 자주 만났던 지인들은 “이 씨가 러시아 동료들보다는 윗슨 씨와 너무 친해 러시아어를 제대로 익히지 못할까 걱정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지금도 가가린센터에서 재활훈련을 함께 받고 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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