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중력에 적응하라!

  • 입력 2008년 4월 3일 09시 26분


무중력에 적응하라!

자기 몸 못 가누면 움직이지 못해

한국 최초의 우주인 최종후보 2명이 1만8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크리스마스 저녁에 탄생한다. 2명 모두 2007년 3월부터 1년간 러시아에서 훈련받은 뒤 이 중 1명이 2008년 4월쯤 우주로 간다. 이제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탄생하는데 마지막 관문만 남은 셈이다.

최종후보 2명이 결정되기까지 치러진 4차 선발과정은 지난 11월 23일부터 한달여간 숨가쁘게 진행됐다. 정밀신체검사와 우주적성검사를 받은 30명에서 뽑힌 10명은 3일간의 스페이스캠프에서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평가받았다. 이 합숙훈련에서는 로봇팔을 제작하고 우주식을 먹으며 러시아어를 교육받기도 했다.

4차 선발의 하이라이트는 지난 12월 3일부터 1주일간 계속된 러시아 현지평가였다. 8명의 후보자들은 러시아 가가린훈련센터에서 특수비행기를 타면서 무중력훈련을 하고 수중에서 모의 국제우주정거장을 체험하기도 했다.

후보자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무중력체험용 비행기 ‘일류신’(IL-76 MDK)에 올라탔다. 일류신은 러시아 수송기를 개조해 만든 특수비행기로 길이 47m, 높이 15m, 날개폭 51m의 날아다니는 우주비행실험실이다. 비행기가 이륙한 뒤 45° 각도로 상승하다가 엔진을 멈추자 갑자기 아래로 떨어졌다. 25초간 비행기 안은 국제우주정거장처럼 무중력환경이 재현됐다.

처음엔 몸을 가누기도 힘들었고 롤러코스터를 탈 때처럼 소리를 질러댔다. 머리카락이 하나하나 서고 누군가 조금만 건드려도 움직였다. 하지만 교관의 지시에 몇번 따르다 보니 움직이기가 한결 수월했다. 교관이 몸을 돌리자 공중에서 마구 돌기도 했다. 벽을 차고 수평이나 대각선으로 날아가고 공중에서 우주복을 입고 벗으며 100kg의 물건을 옮기는 훈련을 했다. 비행기는 1시간 30분간 10회 이상 무중력환경을 만들었다.

가가린훈련센터에서 보내는 일정의 마지막 날에는 지름 23m, 깊이 12m의 원형 수조에서 수중임무 테스트가 진행됐다. 대형 물탱크는 부력을 적절하게 이용해 무중력상태와 비슷한 환경을 만든 특수장치다. 가가린훈련센터측은 우주공간의 무중력상태와 80% 정도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대형 수조 안쪽에는 실물과 똑같은 국제우주정거장 모형이 있었는데, 처음엔 물이 없는 상태였다. 바닥에서 물이 천천히 차오르더니 우주정거장 모형이 전부 물에 잠겼다. 잠수복을 입고 산소통을 멘 다음 물속으로 풍덩 뛰어들었다. 깊은 물속에서 우주정거장 모형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입구 안쪽으로 상체를 집어넣는 훈련을 했다. 수중훈련은 30여분간 계속됐다.

그뒤 3일간의 가가린훈련센터 교육 수료식이 있었다. 7일 모스크바 거리를 누비며 주어진 임무를 수행했다. 이른바 로드미션. 노보대비치 수도원에서 2조로 나뉘었다.

첫 번째 임무는 재래시장에서 ‘무미요’와 ‘발렌끼’라는 물건을 사는 일이었다. 이소연씨는 “물건의 이름이 한글로 쓰여 있어 막막했다”며 “길에서 만난 러시아인과 외국인 유학생에게 물으며 어렵게 임무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무미요는 피로회복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천연 항생제’이며, 발렌끼는 러시아 전통신발이다.

두 번째 임무는 정비소에서 고장난 자동차를 고치는 일이었고, 세 번째는 생전 처음 듣는 이름의 음식을 사먹고 레닌언덕을 찾아가는 임무였다. 다들 러시아 문화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고 입을 모았다. 오후에는 러시아인들과 함께 작업하며 협동심을 평가받았다. 모든 훈련을 마치고 12월 8일 밤 10시 40분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8명의 후보자들은 모두 크리스마스에 2명의 최종후보가 되는 꿈을 꾸었다.

<이충환 기자의 ‘한국 우주인후보, 크리스마스에 탄생하기까지’에서 발췌 및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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