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이 문화콘텐츠 시장 바꾼다

  • 입력 2008년 1월 23일 02시 51분


‘DVD 출시→케이블TV→지상파’식 콘텐츠 유통구조 파괴

17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공개된 애플의 새 노트북 컴퓨터 ‘맥북 에어’는 아예 DVD를 재생하는 장치가 없다.

DVD를 이용하는 대신 인터넷 사이트인 ‘아이튠스’에서 영화를 내려받아 볼 수 있도록 했다.

최근 국내 개봉영화인 ‘식객’, ‘스카우트’, ‘인베이젼’, ‘브레이브 원’ 등은 극장 개봉 후 DVD가 발매되기도 전에 하나로텔레콤 등이 운영하는 인터넷TV(IPTV)의 주문형비디오(VOD)로 먼저 시청자들을 만났다.

극장에서 간판을 내린 뒤 일정한 시차를 두고 DVD 출시, 케이블TV 방영, 지상파TV 방영 등의 순서를 거치면서 수익을 극대화하던 ‘홀드 백(hold back)’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

○ 개봉영화 DVD보다 먼저 VOD로 공개

인터넷 통신이 발전하면서 음악, 영화, 서적 등을 파일 형태로 변환한 디지털 콘텐츠의 유통구조가 확 바뀌고 있다.

미국 음반시장에선 애플의 ‘아이튠스’가 1위를 차지한 가운데 대형 음반회사들이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을 대항마로 키우면서 온라인 유통 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도 신곡을 SK텔레콤의 ‘멜론’, KTF의 ‘도시락’ 등 사이트에서 먼저 공개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최근에는 디지털기기를 매개로 해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업모델도 부상했다.

일본 소니는 가정용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에 이어 휴대용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포터블을 통해 고화질(HD) 영화를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도 자사의 게임기인 엑스박스로 영화를 공급하기 시작했으며, 삼성전자와 핀란드의 노키아 등은 휴대전화 구매자에게 MP3 음악을 공짜로 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의 2007년 국내 디지털콘텐츠 산업 시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파일 형태로 유통되는 문화콘텐츠의 지난해 국내 시장규모는 2003년의 2배가량으로 성장해 10조 원을 돌파했다. 이 중 79.3%는 온라인 형태로 유통됐다.

김효근 진흥원 콘텐츠 전략지원팀장은 “온라인 유통망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콘텐츠 사업의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 IPTV↔방송사, 포털↔망사업자 갈등도

콘텐츠 유통방식 변화를 놓고 이해관계자 간 갈등도 표출되고 있다.

MBC는 최근 KT, 하나로텔레콤에 “MBC 드라마 등이 방영된 뒤 7일 이내에 VOD로 이를 보려면 편당 500원씩 유료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이를 관철시켰다.

지금까지 무료로 보던 시청자들이 거세게 반발했지만 결국 KT, 하나로텔레콤이 포인트 적립방식으로 300원을 환불해 주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이런 방식은 KBS와 SBS도 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VOD로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가 늘어나면 케이블TV에 재방송을 내보내는 지상파 방송 계열회사의 수익 감소를 우려한 것”이라며 “과거의 ‘홀드 백’ 시스템을 되살리려 한다”고 비판했다.

인터넷 포털인 네이버도 이동통신기업인 SK텔레콤이 운영하는 무선인터넷 포털 ‘네이트’에 콘텐츠 유통비용이 비싸다는 이유를 들어 콘텐츠 공급을 중단한 바 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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