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불면 손발엔 ‘고드름’

  • 입력 2007년 11월 19일 03시 01분


갑상샘 이상-혈액순환-폐경기 증상

추위는 같아도 이유는 다른 수족냉증

남들보다 유독 추위를 잘 타는 사람들이 있다.

최민용(32) 씨는 추울 때 외출하면 실내로 들어갈 생각부터 한다. 조금만 날씨가 쌀쌀해져도 이가 덜덜 떨릴 정도로 추위를 탄다. 원래는 안 그랬는데 1, 2년 전부터 생긴 증상이다.

평소 손발이 차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 이유정(34) 씨는 겨울이 되면 손발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진다. 직업상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하는 그는 악수하기조차 꺼린다.

겨울에는 추위를 느끼고 손발이 차가워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생활이 불편할 정도로 심한 사람들이 있다.

○ 갑자기 추위 많이 탄다면 갑상샘 진단을

사람마다 추위를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 외부의 낮은 온도에서 몸을 지키는 체지방이나 추위를 느끼는 감각신경, 추울 때 혈관을 수축시켜 체온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는 자율신경의 예민도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추위를 타는 것 자체는 병이 아니다. 그러나 갑자기 추위를 느끼는 정도가 심해졌다면 몸의 이상 여부를 알아 봐야 한다.

우선 갑상샘(갑상선) 기능이 저하된 경우일 수 있다. 갑상샘은 우리 몸의 대사를 조절하는 대표적 내분비기관이다. 갑상샘 호르몬이 부족하면 대사 장애로 인해 체내 열 발생이 줄어들며 추위를 많이 타게 된다. 추위와 함께 정신 집중이 되지 않고, 조금만 움직여도 금방 피로함을 느끼는 증상이 나타난다.

감각신경과 자율신경이 갑자기 예민해져도 추위를 느끼는 정도가 커질 수 있다. 당뇨, 만성신부전, 영양결핍, 항암제 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신경이 예민해질 수 있다.

갑상샘에 문제가 있다면 부족한 갑상샘 호르몬을 보충해 주고, 신경계의 문제일 경우 예민해진 감각신경과 자율신경을 조절해 주는 약의 도움을 받는다.

○ 폐경기엔 1도 차이도 체감 온도는 몇 배로 늘어

갑상샘과 신경계 이상은 실제 체온은 낮아지지 않았는데 체온이 낮아졌다고 느끼는 증상을 수반한다.

반면 냉증을 느끼는 부위의 체온이 실제로 정상보다 낮은 경우도 있다. 주로 손발에서 이런 일이 생기는데, 이는 혈액순환이 제대로 안 되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전체 온도가 항상 일정한 범위로 유지된다. 혈액이 몸 구석구석까지 흐르면서 열을 공급해 주기 때문이다. 혈액순환이 제대로 안 되면 심장에서 가장 멀리 있는 손발부터 온도가 낮아진다.

혈액순환이 안 되는 것은 자율신경계 기능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자율신경은 주위 온도가 올라가면 혈관을 확장해 열을 몸 밖으로 내보내고, 주위 온도가 내려가면 혈관을 수축시켜 열을 몸 안에 잡아둔다. 자율신경계가 제 역할을 못하면 적절한 때 혈관 확장과 수축이 일어나지 못한다.

특히 폐경을 맞은 여성에게서 수족냉증이 많이 나타난다. 폐경 이후 난소 기능이 떨어지면서 여성호르몬 분비가 멎는데 이와 동시에 혈관의 수축과 확장 기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손발이 차가워졌을 때 실제 측정되는 온도 차는 1도 안팎이지만 온도에 대한 민감도가 높기 때문에 크게 느껴진다.

○ 다리 안쪽-발바닥 마사지, 생강-인삼차 도움

남보다 더 추위를 타는 사람은 따뜻한 의학용 습포를 냉증이 있는 부위에 덮어 주면 좋다. 손이나 발을 따뜻한 물과 찬물에 10분 정도 번갈아 담가 말초혈관의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방법도 도움이 된다.

한방에서는 마사지 방법을 추천한다. 발에 냉증이 있으면 다리 안쪽을 장딴지에서 허벅지까지 아래에서 위로 마사지한다.

발을 오므렸을 때 움푹 들어가는 지점(용천혈)과 안쪽 복사뼈에서 손가락 3마디만큼 올라간 부분(삼음교)을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준다.

몸을 덥게 해 주는 차로는 생강차와 인삼차, 계피가 들어간 수정과가 있다. 당근, 무, 파, 마늘, 부추, 양배추, 머위, 시금치, 생강, 고추 등에도 몸에 열을 내는 성분이 포함돼 있다.

춥다고 실내만을 찾지 말고 야외에서 체력을 길러줘야 혈액순환이 쉬워진다. 평소 추위를 많이 타던 사람이 군대를 갔다 온 후 추위를 덜 타게 됐다는 얘기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

(도움말=김정구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김광국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조정훈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부인과 교수)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