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피임약, 먹는 시간 제대로 지키면 피임효과 98%

  • 입력 2007년 11월 14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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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태 심포지엄 통해 본 피임약에 대한 오해와 진실

《악어 똥, 벌꿀, 노새 자궁, 명주실, 간장.

전혀 연관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들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있다.

피임이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정자를 죽이기 위해 악어 똥과 벌꿀을 혼합해 질 내에 넣었고, 6세기경 그리스인들은 피임을 위해 노새 자궁을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1909년 독일에서 처음으로 명주실로 된 자궁 내 장치가 만들어졌고, 우리 할머니들은 아기가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해 간장을 달여 먹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임신을 피하는 방법이 많은 사람의 관심사였음을 알 수 있다.》

피임에 대한 인류의 오랜 관심에 비해 피임에 대한 지식은 낮은 수준이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는 먹는 피임약에 대한 오해가 많다. 7∼9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태평양 피임위원회 심포지엄’에서도 이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아태지역 의료전문가 모임인 이 위원회는 아시아 지역에 원하지 않는 임신으로 인한 출산과 낙태가 많은 이유로 피임에 대한 교육 부족과 먹는 피임약에 대한 오해 등을 꼽았다. 이 위원회는 아시아 지역 출산 중 3분의 1 정도가 원치 않은 임신에 의한 출산으로 추산했다.

○ 실패율 1% 미만인 피임법

피임 성공률이 99% 이상인 것은 불임수술이다. 불임수술만큼 성공률이 높은 피임법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미레나와 임플라논.

미레나는 기존의 자궁 내 장치인 ‘루프’에 황체 호르몬을 넣어 성능을 한 단계 높인 방법이다. 한번 시술하면 5년 동안 효과가 지속되고, 3개월이 지나면 생리도 하루밖에 안 하고 생리통도 감소하는 장점이 있다. 적응기간인 시술 후 3개월까지 생리가 길게 지속되는 단점이 있다.

임플라논은 황체 호르몬을 작은 성냥개비 모양의 임플란트에 넣어 팔에 이식하는 방법이다. 한 번 시술하면 효과가 3년 동안 지속된다. 이식 장소가 자궁이 아니기 때문에 거부감이 덜하다. 기한이 지나서 빼낼 때 피부를 2바늘 정도 찢어야 되는 단점이 있다.

엉덩이, 배 등에 파스처럼 붙이는 ‘이브라’는 사용이 간편하고 피임 효과도 높아 ‘마법의 피임법’으로 각광을 받았다. 가격이 월 3만 원으로 먹는 피임약(월 1만∼1만5000원)에 비해서 비싸고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의문이 제기되면서 사용량이 줄었다.

○ 경구 피임약, 안전하고 효과적

아태 피임위원회 심포지엄에서 의사들은 아시아 여성들이 효과적이고 쉬운 피임방법, 즉 먹는 피임약을 사용하지 않아 낙태율이 높다고 지적했다. 아태 피임위원회 회장인 수키트 쿠 호주 퀸즐랜드 의대 교수는 “아시아 여성들은 먹는 피임약에 대한 잘못된 인식 때문에 복용을 꺼린다”며 “먹는 피임약은 제대로만 먹으면 피임효과가 98%로 높으며 생각보다 부작용이 적다”고 말했다.

2006년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성인 여성의 먹는 피임약 복용률이 벨기에 45.0%, 뉴질랜드 40.59%, 프랑스 36.44% 등인 데 비해 한국은 2.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피임연구회(회장 이임순 순천향대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전국 19∼34세 여성 1000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피임약 복용 경험이 있는 여성은 18.9%였다. 이번 조사는 젊은 여성들로 대상을 한정했기 때문에 중장년층을 포함한 세계은행 통계치보다는 높게 나타났다. 피임약을 복용하지 않는 이유는 ‘피임할 필요가 없어서’가 58.9%로 가장 많았다. 피임약에 대한 잘못된 속설인 ‘피임약을 오래 복용하면 불임이 되거나 태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까 봐’라고 답한 여성도 9.4%나 됐다.

○ 피임약은 먹는 시간 지키는 게 중요

피임약은 먹는 방법이 중요하다. 월경 주기에 따라 3주간 복용하고 생리가 진행 중인 1주일간 쉰 다음 다시 3주를 먹고 1주일을 쉬는 식으로 복용한다. 피임을 원한다면 월경이 시작된 날부터 5일 이내에 먹기 시작해 매일 한 알씩 정해진 시간에 먹어야 한다. 정해진 시간을 전후로 12시간까지는 괜찮지만 그 시간을 넘게 되면 피임 실패율이 높아진다.

먹는 피임약의 가장 흔한 부작용은 메스꺼움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복용 시간을 취침 직전으로 하면 도움이 된다. 피임약을 먹으면 호르몬 상태가 임신 때와 비슷해져 몸이 붓고 유방이 팽팽해지기도 하고, 여드름이 나거나 우울감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먹는 피임약은 그동안 의사 처방 없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밖에 없었지만 지난달 바이엘쉐링제약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문의약품인 야스민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성 관계 직후에 먹는 피임약도 복용 시간이 중요하다. 성 관계 후 72시간 이내에 한 번 먹고, 이후 12시간 뒤 한 번 더 먹으면 된다. 사후에 먹는 피임약은 실패율이 25% 정도로 추산돼 약 복용 2∼3주 후 생리를 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것 역시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다.

상하이=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피임에 대한 ○ ×문제의 정답은 모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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