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속의 性이야기]어느 중국청년의 ‘잘못된 실험’

  • 입력 2006년 10월 16일 02시 58분


올해 여름 있었던 일이다. 국내에서 산업연수를 하다 귀국을 얼마 앞둔 20대 중국 남성이 공사장에서 회음부와 요도를 다쳐 임시 조치로 소변 줄을 하복부에 꽂는 시술을 받았다.

환자가 한국말을 할 줄 몰라 통역자를 대동했다. 치료 수준이 낮은 중국에서 나머지 치료를 받게 될 것 같아 걱정이 된 나머지 진지하게, 그리고 꽤 자세하게 상태를 설명해줬다. 환자는 상처로 인해 상당히 충격을 받은 듯했다.

‘이 환자를 중국에 그냥 보내야 하나, 회사를 설득해 볼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설명하고 있는데 환자가 대뜸 물어보는 한마디가 나를 무색하게 했다.

“발기하는 데는 아무 문제없나요?”

“발기 조직이 상한 건 아니기 때문에 괜찮을 거예요. 물론 처음엔 요도와 주위 조직에 피도 많이 고이고, 붓기 때문에 한동안 발기가 제대로 안 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정상으로 돌아오니까 걱정 안 해도 될 거예요. 기다려 봐야지요.”

속으로 ‘중국인들은 성기능에 관심이 많다더니 맞긴 맞네. 방중술이 괜히 중국에서 나온 게 아니었구나’라고 생각하며 웃었다.

남자의 요도와 발기조직은 별개다. 이 때문에 요도가 손상되더라도 발기하는 데는 특별히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발기조직은 일부가 손상되더라도 그 주위에 막이 한 번 더 싸여 있기 때문에 발기엔 지장이 없다.

중국 총각이 퇴원한지 2주 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시 찾아왔다. 퇴원한 뒤 직접 자신의 능력을 확인해 본 중국 총각은 날마다 음낭에서 비듬 떨어지듯이 각질이 허옇게 일어나고 가렵자 성병으로 인한 피부증세로 알고 찾아온 것이다. 요 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이 없어서 다행이었지만 발기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그의 말에 할말을 잃었다.

지금은 다친 지 석 달이 되어가므로 이젠 얼마나 요도 협착이 생겼는지 검사해 보고 수술을 어떤 식으로 할 건지를 결정해야 될 시기이다. 중국의 고향에 가서 이상한 치료를 받고 있는 건 아닌지. 치료를 완전히 끝내지 못하고 멀리 떠나보내게 되는 환자가 있으면 꼭 자식을 떠나 보낸 부모 같은 마음이 되는 건 왜 그럴까.

윤하나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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