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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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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의 총무부에서 하루 3000여 건의 공문 우편을 접수하고 발송하느라 하루 6, 7시간을 꼬박 앉아 일하는 고모(33·여·서울 송파구 거여동) 씨.
2, 3주 전부터 화장실에서 ‘큰 일’을 볼 때면 항문 주위에서 ‘무엇’이 만져지기 시작했다. 2000년 둘째 아이를 낳았을 때와 같은 증상. 당시엔 치질 연고를 1주일 정도 바르면 곧 사라졌지만 이번엔 달랐다. 그는 4일 서울아산병원 대장항문클리닉을 찾았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항문이 좀 아프고 많이 가려워요.”(고 씨)
“흔한 증상은 일을 본 뒤에 피가 묻고 항문 밖으로 뭐가 나오는 거지요. 일부 환자는 항문 주위가 아주 가렵거나 점액성 물질이 묻어 나온다고 해요.”(김희철 교수)
치질은 변이 아무 때나 나오지 않도록 도와 주는 항문 근육이 퇴화해 덩어리가 돼 있는 것. 또 항문 점막 안 정맥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나 있다. “변비가 심하거나 변기에 10분 이상 앉아 있진 않나요?”(김 교수)
“보통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일’을 보는데 최근 들어 일주일에 한 번으로 줄었어요. 한 30분은 힘을 줘야 겨우 성공하고요.”(고 씨)
“변비가 있으면 치질이 될 가능성이 있어요. 사흘에 한 번 이상 대변을 못 보면 변비고요. 화장실에서 한 번에 10분 이상 계속 힘을 주면 항문 건강에 안 좋습니다.”(김 교수)
○ 육류-커피 등 자극성 음식 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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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앉아 있는 것도 좋지 않은가요?”(고 씨)
“치질 환자는 항문 주위의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못하고 정맥에 피가 몰려 있어요. 실제로 오래 앉아 있는 직장인이나 수험생, 또는 출산 경험이 있는 환자가 대부분이에요.”(김 교수)
치료는 치질의 진행 단계에 따라 다르다.
▶그래픽 참조
“아직 수술할 필요 없습니다. 수술은 배변 후 치질이 항문으로 나왔다가 손으로 밀어 넣어야 들어가거나 밀어도 들어가지 않을 때 합니다. 우선 좌욕을 열심히 하고 생활습관을 바꾸는 보존적 치료를 해보죠.”(김 교수)
육류 대신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먹으며 장을 자극하는 커피는 피해야 한다. 술의 알코올은 혈관을 이완시키고 충혈을 심하게 해 증세를 심화시킨다. “치질을 수술하지 않고 오래 두면 나중에 수술을 해도 후유증이 크기 때문에 조기에 빨리 떼어내라고 하던데….”(고 씨)
“그렇지는 않아요. 교과서 어디에도 ‘빨리 수술할수록 좋다’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다만 수술로 제거하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고 재발률도 낮아요.”(김 교수)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전문가 진단
치질은 언제부터인가 입원 환자 가운데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흔한 질환이 됐다.
배변 후 경미한 출혈까지 포함하면 많은 사람들이 치질 증상을 어느 정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 문헌에 따르면 50세 이상에서 절반이 치질을 앓고 있다고 한다.
치질의 정확한 명칭은 치핵. 항문 내 점막 안에 정맥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모든 치질 환자에게 수술이 필요한 건 아니다. 치질 끝부분이 항문 밖으로 튀어 나오는 탈항이 빈번하거나 합병증을 동반한 경우에만 수술이 필요하다.
배변 후 이따금씩 피가 나오거나 배변 당시에는 탈항이 됐다가 이후에는 원상태로 회복되는 정도의 치질은 수술보다는 증상을 완화하는 보존적 치료가 좋다.
보존적 치료의 원칙은 병을 악화시키는 원인을 피하는 것. 과도한 스트레스나 과로, 과음, 불규칙한 식사, 지나친 육류 섭취, 운동부족, 잘못된 배변습관 등이 모두 치질을 악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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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좋은 배변 습관을 기르는 것은 이 가운데 으뜸. 오랜 시간 신문을 보며 화장실에 앉아서 힘을 주고 있다면 이런 버릇은 당장 버려야 한다.
쾌변과 변비 예방을 위해 야채와 과일을 충분히 먹는다. 출혈이 잦은 사람은 미지근한 물로 좌욕을 하루 두세 번 3∼4분 하면 좋다.
김희철 서울아산병원 대장항문클리닉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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