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인 연합군, 거대포털에 도전장

  • 입력 2006년 3월 13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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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인터넷 콘텐츠 생산 업체들이 대형 포털 사이트에 맞서기 위해 연합체를 구성한다.

13일 디시인사이드(디지털 카메라쇼핑몰), 웃긴 대학(유머), 미디어 몹(블로그), 짱공유닷컴(커뮤니티)등 30여개 콘텐츠 사이트들은 13일 서울 팔레스 호텔에서 총회를 갖고 ‘한국인터넷컨텐츠협회(KICU)’를 발족했다.

이들은 발족 취지문에서 “최근 인터넷 영역에서 몇몇 포털사이트에 수익과 트래픽이 집중되면서 새 콘텐츠(내용물)가 만들어지는 개별 사이트들은 고사 직전에 이르는 ‘인터넷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즉, 최근 포털 사이트에 수익과 방문자가 집중되고 있지만 정작 콘텐츠 생산 업체들은 ‘죽을 맛’이라는 것. 이들은 포털 독주로 번뜩이는 재치와 아이디어로 인기를 끌었던 사이트들에서 신규 콘텐츠가 자취를 감추는 등 인터넷 콘텐츠가 하향 평준화를 거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시인사이트 김유식 대표는 “최근 몇 년간 혜성처럼 등장하는 새로운 사이트나 플래시, 인터넷 만화 등이 자취를 감추고 대부분의 콘텐츠가 포털에서만 유통되고 있다”며 “포털 사이트 집중 현상은 개별 사이트 콘텐츠 생산자들의 창작 열의를 창작 열의를 꺾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콘텐츠의 질 하락을 불러 오게 되고, 인터넷 전반에 대한 퇴보가 우려된다”며 “오프라인 산업계에서는 중소기업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중소기업청이나 공정거래법과 같은 제도적 장치가 있지만, 온라인 상은 그야말로 약육강식의 상태”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가 운영하는 디시인사이드에서도 ‘개죽이’, ‘딸녀’ 등으로 이어지던 인터넷 대형 스타들도 2004년 ‘싱하 형’을 끝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 최근 일본 야구선수 이치로를 패러디한 ‘굴욕 시리즈’가 몇몇 사이트에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개죽이’가 누리던 영광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발의 피’다.

미디어 몹이나 디시인사이드의 콘텐츠도 굳이 콘텐츠 생산 사이트로 오지 않아도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포털 사용자들이 불법으로 퍼나른 것이다. 이 때문에 몇몇 사이트의 경우 방문자 대비 페이지뷰가 2년 전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진 곳도 있다.

전문 블로그 사이트 ‘이글루스’가 최근 포털 사이트 네이트를 운영중인 SK 커뮤니케이션즈에 인수 되는 등 사용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는 사이트 조차 자금난을 호소하고 있다.

국내 최대 하드웨어 정보 사이트로 회원수 80만을 자랑하던 ‘케이벤치’ 의 경우 지난해 대형 포털 사이트에 콘텐츠 제공 협상을 벌였다가 “무료로 정보를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시공사에 매각됐지만 회원들은 상당수 빠져나간 상태다.

미디어 몹 최내현 편집장은 “이 같은 풍토에서라면 과거 ‘딴지 일보’와 같은 사이트는 더 이상 나타날 수 없다”며 “포털 뿐만 아니라 인터넷 콘텐츠계가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다 같이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넷콘텐츠협회의 최우선 목표는 포털 사이트 대항마 격인 ‘연합 포털’의 구축. 기존 포털에서 찾기 어려운 수 많은 콘텐츠를 누리꾼들에게 소개하고, 콘텐츠를 누르면 그것을 만든 회사 사이트로 직접 연결해 주는 열린 포털(hub portal)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또한 회원사들의 권익을 도모하기 위한 공동 이벤트, 공동 광고 수주 및 집행도 논의될 예정이다. 협회는 앞으로 300∼400여개 사이트를 더 참가시키고 정식으로 사단법인화하는 방안도 계획 중이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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