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고순주]TV와 인터넷이 거실서 만났을 때

  • 입력 2006년 2월 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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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는 ‘바보상자’, 인터넷에는 ‘정보의 바다’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바보상자’와 ‘정보의 바다’가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방송과 통신이 만나는 접점은 IP(Internet Protocol) TV 형태로도 우리에게 다가올 전망이다. IP TV는 인터넷 회선을 이용해 TV 방송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집안으로 들어온 인터넷 회선이 IP TV용 셋톱박스에 연결되고 셋톱박스에서 나온 선이 TV로 이어지는 방식. 이미 기술적으로는 거의 완성된 상태다. 이 때문에 IP TV 서비스를 방송의 일종으로 볼 것인지, 통신과 방송이 융합된 새로운 그 무엇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지금 우리 사회에 한창이다.

IP TV는 동영상 화면을 압축해서 전송해 주는 멀티캐스팅 기술과 비디오 압축기술 등이 빚어낸 산물이다. 특히 MPEG-2에 비해 5배나 압축효율이 좋으면서도 고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압축기술이 IP TV의 실현을 돕고 있다.

IP TV를 통해 사용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효용은 크게 2가지. 우선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받을 수 있는 풍부한 채널이다. 디지털 TV의 경우 아날로그 방식보다 많은 채널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지만 한계가 크다. 그러나 IP TV는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IP 주소 개수를 활용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채널을 구성할 수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한 TV 프로그램을 여러 방향에서 여러 대의 카메라로 촬영했다면 이 모두를 전송하는 것도 가능하다. 시청자는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특정 카메라로 찍은 각도의 화면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밖에 노래방, 오디오, 전자은행, TV전자정부 서비스,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 등도 즐길 수 있다. 날씨와 교통, 지역 정보, 부동산 정보 등에 특화된 생활정보 분야 채널과 영유아, 학생, 주부, 노년층으로 세분화된 온라인학습 채널, 낚시와 등산, 스포츠, 바둑 등의 취미 오락 프로그램 등을 무수히 구성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IP TV의 가장 큰 효용은 TV를 보면서 통신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 현재 인터넷에서 원하는 정보검색 쇼핑 게임을 즐기는 것처럼 사용자들은 방송을 보면서 리모컨 하나로 쇼핑을 하거나 추가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 친구들이 각자의 집에 앉아 같은 드라마를 보면서 메신저 서비스를 통해 채팅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같은 회선을 사용하는 영상전화가 있다면 ‘육성 수다’도 떨 수 있다.

현재 디지털 케이블 TV는 채널 수에 제약이 있기는 하지만 100∼200개에 이른다. 이 때문에 사용자들은 채널 수와 관련해 지금은 IP TV와 디지털 케이블 TV 중 어느 것이 나은지 구분하기 힘들 수 있다. 다만 앞으로 채널 수요가 커진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디지털 케이블 TV 방송에서도 쌍방향 통신을 지원하지만 집으로 들어오는 회선은 방송장비를 거치고, 나가는 신호는 통신장비에 의존하게 돼 있다. IP TV와는 기술적으로나 통신수준에 있어 차이가 있는 것이다. 위성디지털 방송이나 지상파디지털 방송도 마찬가지.

물론 각 분야에서 기술이 성숙되면 사용자들은 방식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쌍방향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방식이 먼저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

채널 수에서 유리한 IP TV의 미래는 재미있고 유용한 콘텐츠를 확보하느냐 여부에 달려있다. 후발 주자인 IP TV가 자기만의 강점을 살려 거실 점유경쟁에서 위성 TV, 디지털 케이블 TV 등 다양한 선발 주자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고순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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