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MA도청 충격]휴대전화 도청 의외로 쉽다

  • 입력 2003년 9월 23일 18시 23분


코멘트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휴대전화도 도청할 수 있다”는 한나라당 권영세(權寧世) 의원의 폭로로 그동안 미궁에 싸여 있던 휴대전화 도청 의혹이 어느 정도 풀리게 됐다.

작년 10월 18일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인 이회창(李會昌)씨가 기자회견에서 “한 벤처기업에서 구입한 비화(秘話) 휴대전화로 마음 놓고 통화한다”고 밝혔을 때만 해도 CDMA 도청 가능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비화 전화기란 통화내용을 이중으로 암호화해 보안성을 높인 전화기.

정부와 업계 또한 “CDMA 휴대전화 도청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도청 가능성을 전면 부인해 왔다. 국내에서 쓰고 있는 CDMA 시스템은 음성 통화내용을 암호화해 전송하므로 고성능 장비와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다 하더라도 도청이 어렵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올 2월 팬택&큐리텔 송문섭(宋文燮) 사장이 CDMA 비화 전화기를 발표하면서 실제 도청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졌다. 3월에는 주한 미8군이 SK텔레콤측에 공문을 보내 “비화폰 1000∼3000대를 사용할 수 있도록 등록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휴대전화 도·감청에 대한 예민한 반응이 잇따랐다.

그러나 한나라당 권 의원이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밝힌 정보통신부의 도청실험 결과에 따르면 CDMA 도청은 의외로 간단하게 이뤄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막대한 비용과 장비가 필요해 도청은 불가능하다’는 주장과 달리 복제폰만 있으면 누구나 타인의 통화내용을 도청할 수 있는 것이 확인된 것.

일부 정치인들과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휴대전화 도청 피해 주장이 허구가 아님이 입증된 셈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정통부의 실험에서 휴대전화 3개사 중 1개사를 빼고는 모두 도청이 가능했다는 대목이다.

권 의원에 따르면 이번 실험 결과 기지국 반경(지름 500m∼5km)의 3분의 1 범위 내에서는 휴대전화 도청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곧 호텔 옆방이나 옆집, 옆 사무실에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남의 대화 내용을 엿들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전자상가 휴대전화 대리점 업자는 “약 3만원이면 20∼30분 만에 복제폰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권 의원측은 “휴대전화 도청에 막대한 비용이 들 것이라는 편견 때문에 손쉬운 방법이 있음을 간과해 왔다”며 “다시는 도청 의혹이 제기되지 않도록 정통부는 설득력 있는 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나성엽기자 cpu@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