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건강]아기 힘 안들이고 낳아요

  • 입력 2002년 8월 25일 17시 53분


최근 다양한 분만법이 소개되면서 어떤 분만법을 택할지 망설이는 임신부가 많다.

지금까지 나온 특수 분만법은 16가지. 포천중문의대 차병원 산부인과 한원보 교수는 “특수 분만법은 결국 산모에게 필연적으로 오는 산통을 즐거운 통증으로 바꾸게 해 편안한 마음으로 아기를 낳는 방법”이라며 “임신부는 의사와 상의해 본인의 상태에 따라 가장 좋은 분만법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의 도움말로 최근 소개되고 있는 다양한 분만법의 장단점을 알아본다.

라마즈 분만, 공분만

▽라마즈 분만〓이 분만법의 핵심은 몸의 긴장을 이완시켜 정해진 호흡을 통해 진통을 줄이고 출산 진행을 빠르게 유도한다는 것.

이 분만법은 사전 교육을 받아야 하며 교육은 임신 25∼30주에 시작해 4, 5주 과정으로 주당 한 번씩 2시간 강의로 이뤄진다.

하지만 ‘남자가 분만훈련에 참가해야 한다’는 제한이 따른다. 월드컵 스타 설기현은 지난달 29일 벨기에에서 부인과 함께 이 분만법을 통해 득남했다.

훈련과정 중 남편이 아내에게 근육을 이완시켜 주거나 호흡 수를 체크하는 등의 일을 하므로 평소 부인의 임신과 분만에 무관심하던 남편도 라마즈 분만에 같이 참여하면 자상하게 변한다는 말이 있다.

▽르봐이에 분만〓아기가 태어날 때 갑작스러운 외부 환경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차츰 적응하도록 의료진이 도와 주는 아기 중심 분만법.

즉 분만실을 엄마 뱃속과 비슷하게 약간 어둡고 따뜻하고 조용하게 해 아기가 서서히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한다.

강남 차병원의 경우 산모 10명 중 2명이 이 분만법을 택하고 있으며 단점은 의료진이 어두운 곳에서 아이를 받게 되므로 어려움이 있다는 점.

그네분만, 아로마(향기)마사지분만.

▽소프롤로지 분만〓임신과 출산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정신훈련을 통해 통증을 줄이는 분만법.

임신기간 중 ‘출산〓기쁨’이라는 자기 최면을 반복 훈련해 통증을 최소화한다는 것이 이 분만법의 핵심이다.

4주 정도의 교육을 받은 임신부의 50∼60%가 실제 분만실에서 효과를 얻으며 단점은 자기암시를 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본인이 매일 연습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

▽무통분만〓산통에 두려움을 느낀다면 척추부위의 감각신경만을 마취해 통증 없이 아기를 낳을 수 있는 무통분만을 한번쯤 생각할 수 있다.

아기를 낳을 때 통증이 없다는 것이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해 드물게는 산모의 힘으로 아기를 낳기 힘든 경우가 생긴다. 이 때문에 분만시간이 길어져 결국 제왕절개하는 경우가 생긴다.

▽수중분만〓따뜻한 물이 담긴 욕조에 앉은 자세로 아기를 낳는다. 따뜻한 물 속에 있으므로 전신 조직이 이완돼 진통이 감소되고 출산에 대한 두려움과 긴장이 줄게 된다.

최근 수중분만은 아기를 익사시킬 위험이 있다는 외신보도가 있었지만 아기를 낳자마가 20초 이내에 꺼내면 큰 무리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단점은 아기가 나오면서 생긴 오염물을 아기가 마시다가 폐에 감염이 생길 수가 있다는 점. 한양대 의대 산부인과 박문일 교수는 “정상분만시 생기는 감염과 비교해 높지않다”며 “단, 거대아나 좁은 골반 등으로 제왕절개해야 될 임신부는 피해야 된다”고 말했다.

최근 박 교수가 국내 수중분만 사례 650건을 조사한 결과 수중 분만 중 자연 분만에 실패해 제왕절개를 한 것은 8.5%에 불과하며 회음부 절개도 자연분만시 대부분 하지만 수중분만시는 35%에게만 실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타〓최근 임신부의 산통을 경감시켜 주는 분만법이 속속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의자 형태의 분만대를 이용해 앉아서 진통을 가라앉히는 좌식분만, 그네처럼 움직이는 분만대의 그네분만, 남편과 가족이 참여한 가운데 한 자리에서 출산과 회복을 하는 부부분만법이나 가족분만법, 부드럽고 탄력있는 공을 이용해 임신부의 몸을 움직여 진통을 경감시키는 공 분만법 등이다. 이외에도 분만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나온 아로마(향기) 마사지 분만법도 선 보이고 있다.

▼한번 제왕절개하면 계속해야▼

전국에서 제왕절개를 적게 하는 병원 중 하나로 꼽히는 가톨릭대의대 강남성모병원에 따르면 지난해 임신부에게 제왕절개를 한 이유 중 ‘반복제왕절개’가 57%로 무려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다음으로 산모의 골반이 좁은 경우 14%, 아이가 거꾸로 있는 경우가 10%, 태아질식이 9%, 태반이 자궁입구에 있는 전치태반이 4% 등으로 나왔다.

‘반복제왕절개’는 임신부가 첫 아이를 제왕절개해 낳았기 때문에 두 번째 임신한 아이도 제왕절개를 하는 경우다.

80년대 중반 미국 산부인과 의사들은 한 번 제왕절개 경험이 있는 산모도 다음엔 자연분만을 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지만 지금은 제왕절개를 한 산모는 계속 제왕절개를 하는 것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강남성모병원의 이종건 교수는 “제왕절개를 받은 사람은 다음 번 출산 때 자궁의 꿰맨 자리가 터지는 경우가 1000명 중 5명 꼴로 생긴다”며 “첫 아기를 제왕절개해서 낳고 두번째 아기의 정상분만을 원하는 임신부는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15분이내에 제왕절개할 수 있는 의료진과 시설이 갖춰진 곳에서 낳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학적으로 제왕절개를 할 필요가 없는 임신부가 제왕절개를 원하기도 한다. 임신부가 자연분만하면서 생기는 산통과 혹시 생길 수 있는 요실금이나 질이 늘어나는 것을 두려워해서다.

서울대 의대 산부인과 윤보현 교수는 “가능하면 자연분만을 택하는 것이 좋다”며 “제왕절개 수술 후 산모가 사망할 위험도는 정상분만보다 4배나 높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제왕절개 분만은 전신 또는 부분마취 상태에서 하기 때문에 마취의 부작용 위험이 있고 출산 후 회복도 늦다”며 “산통이 두렵다면 대안으로 무통분만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상분만의 경우 요실금 증상이 제왕절개 때와 비교해 약 1.5배 정도 높지만 대부분 정상으로 회복되며 동양인은 서양인보다 피부 탄력이 좋기 때문에 요실금이 생기는 경우가 훨씬 적다고 설명한다. 또 임신부의 정상 분만시 대부분 회음부 절개를 하며 의사가 잘 꿰매주면 질이 원상회복된다.

▼유니세프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 5곳 선정▼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와 ‘한국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 만들기 운동위원회(BFHI)’는 제11회 세계모유수유주간을 맞아 ‘2002년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 5곳을 최근 선정했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는 BFHI와 함께 93년부터 이 같은 병원을 매년 2∼5곳씩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올해는 종합병원 외에 한 달에 150건 이상의 출산을 기록한 여성전문병원과 조산원도 심사대상에 넣었다.

선정기준은 유니세프와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성공적인 모유먹이기 10단계’ 지침을 준수하는지 여부.

성공적인 모유먹이기 10단계는 다음과 같다.

△의료진이 모유를 권장할 수 있도록 병원이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모든 의료진에게 엄마젖 먹이는 법을 훈련한다 △모유의 장점을 임산부에게 교육한다 △출산후 30분 이내에 모유를 물린다 △임산부에게 젖먹이는 방법과 아기가 떨어져 있어도 젖분비를 유지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아기에게 모유 이외의 다른 음식물을 주지 않는다 △엄마와 아기는 한 방을 쓴다 △젖은 아기가 원할 때마다 먹인다 △아기에게 엄마젖 외에 인공젖꼭지 등 다른 것을 물리지 않는다 △모유 먹이는 모임을 만들도록 한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
지역병원전화
서울*경희의료원02-958-8101
강남성모병원02-590-1114
삼성서울병원02-3410-3001
강남차병원02-3468-3000
삼성제일병원02-2000-7639
서울아산병원02-3010-3114
국립의료원02-2260-7114
여의도성모병원02-3779-1462
민중병원02-450-9531
순천향대병원02-709-9766
서울위생병원02-2245-2685
광명성애병원02-689-2133
*일신조산원02-2244-2841
부산*보훈병원051-601-6087
일신기독병원051-630-0300
동아대병원051-247-6600
대구경북대병원053-422-1141
제일병원053-626-7100
가톨릭병원053-626-5301
인천길병원032-460-3121
광주*엔젤산부인과062-602-1004
가족보건의원062-651-7700
성남*메디파크 산부인과 병원031-622-7000
목포가톨릭병원061-270-1114
강릉강릉아산병원033-610-3721
(93년 이후 선정된 병원 가운데 탈락병원은 제외. *표시는 올해 새로 선정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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