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기검진은 '건강도우미'

  • 입력 2002년 4월 28일 17시 32분


한 남성이 병원건강검진센터에서 심장운동부하 검사를 받고 있다
한 남성이 병원건강검진센터에서 심장운동부하 검사를 받고 있다
이제 본격적인 건강검진 시즌이다.

지난달 중순부터 직장인의 단체 건강검진이 시작됐고 경기회복에 따라 신입사원 채용이 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건강검진도 크게 증가했다. 또 가정의 달인 5월을 앞두고 부모님에게 ‘효도 건강검진’을 선물하는 사람도 점차 많아지면서 병원에 따라서는 신청 뒤 최소 2, 3주가 지나야 검진을 받을 수 있는 등 적체 현상도 빚어지고 있다.그러나 일부 건강검진 대상자는 “병력과 가족력이 제각각인 사람에게 일률적인 검사를 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허(虛)와 실(實)〓건강검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제 효과가 있는 것인지 의심하는 사람이 주변에 적지 않다. 검진 과목이 지난해나 지지난해와 달라진게 없고 또 받아봐야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바로 이 점이 검진의 필요성을 확인해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즉 검진을 통해 이상이 발견되지 않은 사람은 건강한 상태에 있는 것이고 특별한 이상이 없을 때는 스스로 건강에 조바심을 갖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건강검진을 통해 발견하기 어려운 질병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폐암과 췌장암이 대표적인 질환.

일반적으로 건강검진에서 폐 질환을 검사하는 방법으로 단순 X선(X-레이)촬영이 이용되지만 이 방법만으로는 조기 발견이 어렵다. 전문의들은 컴퓨터단층촬영(CT)을 같이 할 것을 권하지만 검진을 받는 사람의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으면 어려운 게 현실.

췌장암은 복부 초음파 검사로 진단하지만 조기 발견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CT를 통해 확인했을 때는 이미 병이 크게 진행된 상태일 때가 많다. 병의 특성이 그런 것이다.

그렇다면 건강검진이 불필요한 것일까. 울산대의대 서울아산병원 건강의학과 전성훈 교수는 “개인에 따라서는 매년 똑같은 검사를 받는다고 불평할 수 있지만 사회 전체로 봤을 때는 분명 실(失)보다 득(得)이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위암 발생 1위국’이란 불명예를 떠안고 있었던 일본에서는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대대적으로 위암 검사를 실시한 결과 위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크게 낮추는 데 성공했다.

전 교수는 “국내에서도 검진센터에서 발견된 위암은 65%가 조기 위암인 반면 병원 진료과에서 발견된 위암은 70%가 진행성 위암이라는 통계도 건강검진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말했다.

▽맞춤 건강검진〓현재 병원에서 받을 수 있는 건강검진은 건강보험공단이 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2년마다 한 번씩 실시하는 일반검진과 개인이나 회사가 비용을 부담하는 종합검진이 있다. 종합검진은 일반검진에 비해 검진 항목 수가 많고 정밀하지만 비용이 더 든다. 최근에는 200만원이 넘는 ‘호화’ 검진도 등장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매년 종합검진을 받을 필요는 없다. 자신이나 가족이 과거에 앓은 병에 따라 특정 질환에 초점을 둔 ‘맞춤 건강검진’이 효과적일 수 있다. <표 참조>

일부 종합병원에서는 뇌 폐 척추 심장 전립선 갑상선 등 장기별 정밀 검사나 여성이나 청소년에게 잘 발생하는 질환만을 검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유방암은 가족끼리 대물림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정기적으로 유방촬영 유방초음파 검사를 받는 게 좋다. 대장암 역시 유전 가능성이 높은 질환. 50세 이상이면 2, 3년에 한 번씩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는게 좋다.

▼연령별 건강관리표▼

연령임상검사주의사항
신생아∼1세혈색소, 소변검사, *결핵반응검사충치, 소아학대 징후
2∼6세혈색소, 소변검사, 항문검사, *결핵반응검사, *흉부 X선, *콜레스테롤, *B형 간염 항원 및 항체 검사시력장애, 충치, 구강호흡, 부정교합, 소아학대 징후
7∼12세혈색소, 소변검사, 항문검사, B형 간염 항원 및 항체 검사 *결핵반응검사, *흉부 X선, *콜레스테롤시력 및 청력 장애, 충치, 부정교합, 구강호흡
13∼19세항문검사, B형 간염 항원 및 항체 검사, *풍진항체, *혈색소, *콜레스테롤우울증, 자살 위험요인, 충치, 부정교합, 치주염
20∼39세B형 간염 항원 및 항체 검사, 콜레스테롤, 대변검사, 자궁 경부 세포진, 흉부 X선, 간기능, *혈색소, *혈당, *소변검사, *풍진 항체, *매독 혈청, *심전도 운동부하검사, *간초음파, *위내시경 위촬영, *임질우울증, 자살 위험요인, 충치, 치주염
40∼64세B형 간염 항원 및 항체 검사, 콜레스테롤, 대변검사, 자궁 경부 세포진, 흉부 X선, 유방 X선, *간기능, *혈색소, *혈당, *소변검사, *매독혈청, *심전도 운동부하검사, *간초음파, *위내시경 위촬영, *임질, *직장경 대장조영술, *골밀도우울증, 자살 위험요인, 말초동맥질환, 충치, 치주염
65세이상콜레스테롤, 대변검사, 자궁 경부 세포진, 흉부 X선, 유방 X선, *간기능, *혈색소, *혈당, *심전도 운동부하검사, *간초음파, *위내시경 위촬영, *임질, *직장경 대장조영술, *골밀도우울증, 자살 위험요인, 인지능력 장애, 말초동맥질환, 충치, 치주염

▼국내여성 다섯명중 한명 '치밀유방'

국내 여성 가운데 20% 정도는 유방을 촬영했을 때 필름 상에 유방 전체가 하얗게 보이는 ‘치밀 유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이 최근 건강증진센터에서 유방촬영(마모그램)을 받은 사람 1만4559명을 분석한 결과 치밀 유방을 가진 사람이 21%에 이르는 3067명으로 나타났다.

치밀 유방이란 일반 여성의 유방 조직보다 밀도가 높아 X선 촬영을 했을 때 필름 상에 검은 부분과 흰 부분이 구별되지 않고 전체가 하얗게 나타나는 증상. 치밀 유방 자체가 질환은 아니지만 X선 촬영만으로는 유방암 여부를 알기 어렵기 때문에 전문의의 유방 진찰과 유방 초음파 검사를 추가로 받는 것이 좋다. 성능이 떨어지는 유방촬영기계(마모그래피)로는 치밀 유방을 검사하는 것이 더욱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의료기관의 유방촬영기계 106대를 대상으로 성능검사를 실시한 결과 절반 정도인 56대가 부적합 판정이 나온 적이 있으므로 치밀 유방인 사람은 검진병원을 선택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차지완 기자 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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