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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18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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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과학대중지인 ‘뉴사이언티스트’ 최근호는 1년 전 미국과 영국의 지원으로 개발된 유전자변형 곰팡이를 비행기로 아프가니스탄에 살포할 계획이 준비됐었다고 보도했다.
공격 대상은 사람이 아니라 양귀비. 곰팡이는 우즈베키스탄에 있는 옛 소련 생물학 무기연구소가 지난해 개발한 것으로, 양귀비의 뿌리만 파괴하도록 유전자가 변형됐다. 유엔 마약통제프로그램(UNDCP)의 감독 아래 미국과 영국 정부가 연구비를 지원했다.
곰팡이 개발진은 “시험관 한 개에 들어 있는 100만개 정도의 곰팡이 홀씨가 살포되면 10㎡ 내의 모든 양귀비는 뿌리가 상해 결국 다 죽게된다”고 밝혔다. 당시 일부에서는 곰팡이가 살포되면 아프가니스탄 집권 탈레반 정부가 이를 불법적인 생물학전으로 규정, 전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양귀비는 유럽에서 유통되는 헤로인의 90%, 전세계적으로는 4분의 3을 만들어낸다. 대부분의 산업시설이 파괴된 아프가니스탄에서 양귀비는 매년 수십억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이는 중요한 자원이다. 그래서 현실로 나타난 미국과 아프가니스탄의 전쟁에서 군사목표 다음으로 아편 저장소나 양귀비 경작지가 미군의 타격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유전자변형 곰팡이로 헤로인이나 코카인의 1차 원료를 박멸한다는 계획은 1990년 후반부터 진행돼 왔다. 1998년 미국 의회는 코카인의 원료가 되는 코카 나무만 공격할 수 있는 곰팡이를 개발하는데 2300만 달러의 예산을 배정했으며, 지난해부터 콜롬비아 정부는 이렇게 개발된 곰팡이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보호단체들은 유전자변형 곰팡이가 다른 종과의 교배나 돌연변이를 통해 동식물과 심지어 인간에까지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다면서 반대하고 있다.
<이영완동아사이언스기자>puse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