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 캐스터 은퇴 정일훈씨

  • 입력 2001년 5월 13일 19시 09분


지난 5일 세종대에서 열린 한빛소프트배 온게임넷 스타리그 결승전. 3000여명의 게임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테란의 황제’ 임요환 선수가 장진남 선수를 3대 0으로 꺾고 ‘스타크래프트(스타크)의 지존’으로 등극했다. 하지만 이날 게임 팬들의 관심을 끈, 더 큰 뉴스는 결승전이 끝난 뒤 나왔다.

국내 최초의 게임 중계방송 캐스터로 활동해온 정일훈씨(32·사진)가 이날 결승전을 마지막으로 “스타크 중계 방송 캐스터를 그만 두겠다”고 전격 발표한 것. 이후 게임 관련 인터넷 사이트의 게시판에는 ‘정일훈 은퇴 반대’를 주장하는 글들이 홍수를 이루기 시작했다.

‘정씨가 캐스터를 맡지 않으면 스타크래프트 중계를 보지 않겠다’는 애교형 협박에서부터 ‘정씨가 스타크 중계를 계속 해야하는 10가지 이유’ 등의 논리적(?) 주장까지 다양했다. 심지어 반대 서명운동까지 벌어지는 분위기.

“게임 팬들로부터 ‘아쉽다’는 반응 정도는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처럼 ‘결사 반대’의 분위기가 만들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정씨도 뜨거운 반응에 어안이 벙벙하다는 표정이다.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스타크 중계를 계속하는 것이 개인적으론 편하게 사는 길이겠죠. 그러나 이젠 물러날 때가 된 것 같아요.” 정씨는 지난해 세운 게임 기획사 ‘게임맥스’의 사장 역할에 충실할 예정이다. “게임 대회 리그가 활성화되긴 했지만 선수와 팬을 중심에 놓고 대회를 운영하는 리그가 별로 없어요. 제 꿈은 제대로 된 게임리그를 만드는 것이죠. 그래야 국내 게임 산업이 더욱 활성화될 겁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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