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사이버아파트 이쯤은 돼야죠"

  • 입력 2001년 1월 21일 16시 32분


서울 도심에서 지척인 중구 중림동 삼성사이버빌리지 아파트.108동 402호 벨을 누르자 집주인 정선영씨(39)가 반갑게 문을 연다. 언뜻 둘러본 내부는 ‘사이버’ 냄새를 특별히 풍기지 않는 일반적인 새로 지은 44평 아파트의 모습.하지만 주부 정씨의 손에 들린 A4용지 크기의 컴퓨터처럼 보이는 장치가 호기심을 발동시킨다.

컬러 액정화면과 조작버튼이 달려있어 개인휴대단말기(PDA)를 확대해놓은 것 같은 이 장치는 무선 정보단말기.716개 가구마다 한 대씩 보급돼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무선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일종의 휴대용 컴퓨터다.인터넷 전용단말기로 노트북PC보다 작을 뿐 아니라 터치스크린 방식이어서 사용법도 간편하다.마이크로소프트사의 정보기기용 운영체제(OS) 윈도CE를 사용하는 이 장치는 지난해 삼성전자가 미국 라스베이거스 추계컴덱스쇼에 출품해 호평을 받았던 ‘웹패드’.E메일과 인터넷 검색은 물론 온라인쇼핑과 증권거래 등 전자상거래가 가능해 ‘똑순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정씨는 농협 하나로클럽의 인터넷 쇼핑몰에서 골라놓은 저녁 찬거리의 구매를 서둘러 마쳤다. 장바구니에 담아놓은 상품 목록과 수령 희망일시를 확인하고 대금결제 단추를 누르는 것이 전부.전자결제 과정은 한빛은행의 전자상거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므로 보안상의 위험은 없다고. 웹패드를 사용한뒤로는 하루에 한두차례씩 슈퍼마켓에 들러야하는 부담이 줄었다.정씨가 인터넷으로 구입한 식료품은 수시간내에 아파트 물류센터에 도착해 오후 5시경 집까지 배달된다. 웹패드로 즐기는 인터넷의 속도는 초당 2메가비트(2Mbps)수준.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보다 2배정도 빠르다.

지난 연말부터 입주를 시작한 이 아파트에는 가구마다 초고속회선이 들어오고 ‘똑순이’가 보급돼 국내 최고수준의 사이버 아파트로 평가되고 있다.초고속 서비스를 위해 단지 전체는 4Mbps수준의 외부 광통신 전용회선과 연결돼 있다.백본스위치와 라우터를 통해 각 가구로 고속회선을 이어주는 아파트 통신실은 큰 기업의 전산실과 흡사하다.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이번 프로제트를 위해 투입한 비용은 20억원.

주민들은 인터넷 전자장부 열람으로 단지관리비 내역을 확인하고 지역 소식을 볼 수 있다. 이에따라 관리비도 30%로 정도 저렴해졌다.

<김태한기자>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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