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피플]농촌사이트를 운영하는 운동권 부부

  • 입력 2001년 1월 7일 18시 33분


80년대엔 민주화를 위해 유인물을 돌렸다. 2000년대엔 농촌의 소식을 E메일로 전한다.

치열한 역사의 현장을 누비던 운동권 출신 부부가 디지털 전도사로 변신해 농촌정보화를 이끌고 있다.

86년 서울대 자연대 언론협의회 편집장이던 김현곤씨(37)와 87년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이던 임미애씨(35)가 그 주인공. 86년 반제동맹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2년간 투옥됐던 김씨는 92년 임씨와 결혼, 고향인 경북 의성군 봉양면 문흥리로 내려갔다.

김씨 부부는 요즘 농촌의 아름다운 자연과 농민의 생활이 어우러진 사진을 담은 E메일을 도시의 네티즌들에게 보낸다. 이 E메일에는 나름대로 ‘목적’이 있다. 김씨는 “농촌을 도시인에게 알리고 파종에서 추수까지 모든 농산물 생산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라고 했다.

김씨 부부가 귀농 9년 만에 개설한 농산물 직거래 사이트(www.nongchon21.com)는 농약을 뿌리거나 농산물을 저장하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이 사이트의 하루 거래액은 30만∼50만원. 거래되는 품목도 사과 마늘 배 감 쌀 고추 등 20가지로 웬만한 전자상거래와 비교하면 보잘 것 없다. 하지만 이 사이트는 농민들이 땀흘려 가꾼 농산물을 제값을 받고 팔 수 있도록 하는 창구가 되고 있다.

김씨는 “종전 유통망을 이용할 때보다 농가소득DMF 30% 이상 올릴 수 있다”고 장담한다. 이 사이트에서는 소비자가 직접 생산자에게 문의하고 농산물 구입 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리콜도 가능하다.

이 사이트를 운영하는 임씨는 “수입 농산물의 유입과 택배 비용이 커 가격 경쟁력이 다소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김씨 부부의 ‘자산’은 9년간 고락을 같이하고 사이트에 가입한 300여명의 농민 회원. 이들은 김씨 부부를 농민으로 인정하지 않다가 지금은 농산물 소개와 판매 방식을 김씨와 상담하는 친구가 됐다. 15명의 회원들은 디지털 카메라를 직접 구입한 뒤 현지 농산물을 사이트에 올릴 정도로 김씨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농촌 디지털 정책에 대한 김씨의 시각은 아직 비판적이다. “정부가 개설한 농민 홈페이지의 절반 이상이 쓸모없게 됐습니다. 헛돈 뿌리는 정책은 어제나 오늘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농산물 포장또는 택배에 자금을 지원하거나 서버 임대, 기술 인력 파견이 훨씬 낫습니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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