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장난감벤처 토이트론 이건갑 사장 "세계 어린이를 행복하게"

  • 입력 2000년 11월 27일 18시 30분


“크리스마스만 생각하면 가슴이 설렙니다.”

성탄절 선물을 기대할 나이는 지난지 오래. 하지만 ㈜토이트론의 이건갑(李建甲·49)사장은 장난감에 파묻혀서 크리스마스를 기다린다. 올 연말 장난감 선물시장에서도 1위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기대감을 가득 담고.

98년말 세워진 장난감 벤처기업 토이트론은 지난해 연말과 올해초 말하는 장난감 ‘수다쟁이 펭귄 포포’ 10만개를 판매, 국내 완구시장 최고의 베스트셀러를 내놨던 업체.

“어릴 때부터 장난감이 좋아서 잔뜩 모으곤 했죠. 50이 다 돼서 관심이 없어질만도 한데 여전히 장난감이 좋아요. 결국 꿈을 이룬 셈이죠. 이렇게 장난감 회사 사장이 됐으니까.” 젊은 시절 건설업체 직원으로 10여년간 해외생활을 하며 모은 모형자동차 인형 등 장난감만 1000여점이 넘는다고.

86년 친형과 함께 보석사업에 뛰어들어 백화점 등에서 시장점유율 20%를 차지하는 중저가 보석브랜드 ‘골든듀’를 키워냈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로 매출이 줄자 새로 착안한 것이 어린시절 꿈이었던 장난감 사업.

“설립할 때부터 장난감의 세계적인 경향을 고려해서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첨단완구에 초점을 맞췄죠. 시작단계에 있는 시장인만큼 독창성만 있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디지털 완구개발에 몰두해 꼬박 1년 걸려 개발한 ‘포포’는 기대이상의 결과를 냈다. 눈 입 날개를 움직이고 ‘너 좋아해’ ‘고래가 온다’ 등 80여개의 엉뚱한 문장을 얘기하며 노래도 부르는 포포는 어린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10여명의 직원만으로 지난해 이뤄낸 매출만 25억원. 기획과 디자인 등 상품개발만 직원들이 맡고 중국의 하청업체에 생산을 맡겨 원가를 줄이고 있다.

올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이사장이 내놓은 비장의 카드는 말을 알아듣는 강아지 인형. 리모콘을 통해 주인의 말을 알아듣고 재주를 부리는 인공지능 강아지 ‘테리’다. 개발에만 3억원이 들었으며 포포의 한계로 지적됐던 해외수출길을 트기 위한 특급 프로젝트.

이사장이 어린시절 읽었던 동화에서 착안했다. “새로 선물받은 자동차 장난감에 마음을 빼앗긴 어린 주인을 보며 자동차가 되는 꿈을 꾸는 강아지인형의 이야기를 상품화했습니다.”

올 연말 세계의 장난감 시장은 ‘음성인식 완구’가 재패할 전망. 지금까지 센서를 달아 단순히 소리에 반응하는 완구는 있었으나 음성명령을 알아듣는 장난감은 국내에서 ‘테리’가 처음. 세계적으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고.

자동차가 되고 싶은 강아지이다 보니 몸이 자동차를 닮았다. 수출에 주안점을 두고 ‘멍멍’ ‘끙끙’ ‘으르렁’같은 8가지 강아지소리만 내게 했다. ‘다리’라는 개념을 포기하고 보니 전진 후진 좌회전 우회전 뒷바퀴로 서서 달리는 동작 등 희한한 동작이 가능해졌다. 주인이 관심을 갖고 자꾸 놀아주면 ‘성장’해서 ‘뒤로 8자 그리기’ ‘춤추기’등 어려운 동작을 하는 ‘인공지능 기능’도 갖추고 있다. 국내에는 6만원 정도에 팔릴 예정. 02―3471―1454

“미국과 일본의 바이어들의 관심이 높아서 해외출장 다니느라 정신이 없어요. 올 연말에 한국 어린이뿐 아니라 세계의 아이들이 우리 회사 장난감으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게 꿈이지요.”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