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 CEO들의 저녁식사…수다속 치열한 '벤처정신'

  • 입력 2000년 11월 19일 18시 09분


‘벤처여사장들의 저녁식사’가 벌어진 장소는 맨플러스(서울 강남구 대치동)라는 아담한 카페.

가장 먼저 도착해 기다리던 인터카드넷 김경진사장(23·www.cardkorea.com)은 컴투스 박지영사장(24·www.com2us.com)과 최근 열린 ‘아이디어포럼’으로 이야기를 풀고 있다.

▼"얼어붙은 지금 고민에 원형탈모증 생겼어"▼

“박신영사장님이 늦네요. 오늘 장소는 박사장님이 정했는데. 맨플러스 사장님이랑 카이스트 선후배예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헐레벌떡 베베타운 박신영사장(25·www.bebetown.com)이 들어오고 속속 ‘클럽크리스탈’ 멤버가 도착했다. 이런저런 경로로 알게 된 벤처기업 20대 여사장들의 ‘친목’ 모임.

“근데 클럽크리스탈이라니까 무슨 나이트클럽같네….”

“원래 ‘투명경영’ 뭐 이런 의미로 지은건데.”

월드포스팅 권은정사장(25·www.worldposting.com)이 김사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참참, 병역특례 지정업체 신청했어요?”

“신청은 했죠. 그나저나 직원 중에 한명 곧 군대가야 하는데 아직 우리회사가 지정업체가 아니라서 빨리 다른 회사로 옮겨야 할텐데…. 근데 그 사람 지금 맡은 일이 중요해서 걱정이 태산이에요.”

바뀐 병역특례제도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는 동안 박신영사장은 그림엽서를 돌렸다. 백혈병 어린이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추첨해 경품도 주는 것. 엽서의 그림은 김사장의 인터카드넷에서 디자인했다.

수다가 이어지다 갑자기 ‘원형탈모증’이 튀어나왔다.

스트레스 때문에 요즘 이런 증세가 나타난다고 셔틀트레이드 김현수사장(27·www.shuttletrade.com)이 말을 꺼낸 것.

“아무래도 꽁꽁 얼어붙은 자금시장이 제일 스트레스죠. 이제 조금씩 자리잡으려는데 돈이 돌지 않으니….”

▼"여자가 안면 트긴 쉬운데 저녁 먹자는 사람은 뭐니"▼

“한국 경기가 안좋은 게 중국에도 영향을 미친데요. 인터카드넷도 중국에서 IR 여러번 했는데 반응이 썰렁하고…. 중국은 잠재력은 있지만 아직 현실화가 안된 시장이라서요.”

인터카드넷은 최근 중국 업체와 조인트벤처를 설립했지만 자금시장이 좋지않아 지분을 크게 늘리지 못했다고 했다.

“여자라서 사업하는 데 힘들거나 좋은 점은 없나요?”

쉴새없이 쏟아지는 이야기를 비집고 겨우 고답적인 질문을 하나 던졌다.

“일단 쉽게 기억해주니까 다음에 만나면 사업 이야기를 하기가 쉽죠. 제휴건도 여러개 들어왔고.”

▼"조직 관리 만만치 않아 창업보다 경영이 어려워"▼

“제휴를 빙자해 저녁이나 먹자는 시답잖은 제안도 있잖아. 하하.”

“나는 외적인 문제보다 조직내부 관리가 더 힘들던데요.”

“맞아.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없으니까 추진력있게 밀어붙이고 때론 풀어주고 하는 것이 잘 안되더라고요. 창업보다 경영이 더 어려워요. 컨설팅 회사를 3년이나 다녔기 때문에 CEO입장에서 생각하는게 익숙하다고 믿고 있었는데 막상 해보니까 그게 아니데요.”

김현수사장이 말을 받았다.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은 꼭 CEO의 역할을 깊게 생각해보라고 충고하고 싶어요.”

수많은 이야기와 웃음이 오간 이날 모임은 늦게야 파했다.

<김승진·김현진기자>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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