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 얄팍한 상술]"무료" 유혹후 슬그머니 유료

  • 입력 2000년 6월 12일 20시 19분


인터넷에 공짜를 미끼로 한 사기 상술이 판을 치고 있다.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현혹해 회원으로 가입시켰다가 일정기간이 지나면 네티즌도 모르는 사이에 슬그머니 유료로 바꾸는 사례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

후발 PC통신회사 C사는 이달초부터 창사 2주년 기념으로 한 달 무료이용 쿠폰을 나눠주며 경품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무료 이용번호로 접속만 하면 노트북 등을 경품으로 받을 수 있다고 선전하지만 사실은 경품을 앞세워 유료 가입자를 확보하려는 술책이라고 업계는 분석한다.

무료이용 쿠폰을 받기 위해 작성하는 서류의 뒷면에 조그만 글씨로 ‘무료이용 기간이 지나면 서비스 이용 여부와 관계없이 자동으로 기본요금이 부과되므로 더 이상 이용하고 싶지 않으면 직접 해지신청을 해야 한다’고 기록해 놓았기 때문. 무료이용권을 받았던 대학생 김모씨(26)는 “처음에는 경품이벤트로 생각했는데 한 달 뒤 요금이 자동 부과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속은 느낌이 들어 등록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천리안 한국통신하이텔 유니텔 등 대다수 PC통신업체들도 가입자 확보 차원에서 한달 무료이용권을 CD 잡지부록 등 다양한 경로로 배포하고 있다. 무료 서비스 기간인 한 달이 지나면 사용자 의사를 물어보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조건 유료회원으로 전환해 요금고지서를 발송한다.

유료회원이 되기 싫으면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업체에 알려야 하는데 사용자들은 자동으로 유료회원으로 전환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유료회원으로 전환돼 월 1만1000원(부가세 포함)의 사용료를 내야 하는 사용자들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업체들은 특히 한 달 무료이용권 마케팅의 주된 타깃층을 PC통신을 한 번도 이용해본 적이 없는 ‘초보 네티즌’으로 삼고 있다.

관련 업체들도 “공짜에 이끌려 한 두 번 사용해본 뒤 더 이상 이용하지 않다가 어느날 갑자기 요금고지서를 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인정하는 실정이다.

천리안 관계자는 “무료사용기간이 끝나면 자동 유료회원으로 전환되는 점은 똑같지만 유료화하는 한 달 뒤 시점에 접속시 이 사실을 또 다시 알려주는 곳은 천리안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보통신부는 “현황을 정확히 파악해본 뒤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행정지도 등으로 개선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