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할리우드에선]'디지털'시대 '필름' 사라질까

  • 입력 2000년 6월 12일 19시 37분


영화의 물리적 단위가 궁극적으로 ‘필름’에서 ‘비트’로 바뀔 것인가.

비용절감이라는 장점 때문에 저예산 독립영화의 대안으로 급격하게 부상한 디지털 영화가 이제는 할리우드 대작영화의 대안으로까지 떠오르면서 과연 영화에서 필름이 사라질 것이냐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할리우드 영화의 기술혁명을 이끌었던 조지 루카스가 이달부터 촬영에 들어간 ‘스타워스-에피소드Ⅱ’를 디지털방식으로 찍기로 한 결정은 이 논란에 불을 붙였다.

뉴욕 타임스는 최근 디지털 카메라로 찍는 ‘…에피소드Ⅱ’ 보도를 통해 “디지털 제다이 전사들이 필름에 죽음을 가져올 것인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디지털 영화란 셀룰로이드 필름을 사용하지 않고 영상을 디지털부호로 옮겨 컴퓨터용 기억장치에 담은 뒤 별도의 영사기를 통해 상영하는 영화를 말한다.

디지털 영화는 필름의 낭비없이 컴퓨터의 메모리공간만 있으면 얼마든지 찍고 또 지울 수 있다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기존 방식의 영화는 11분 촬영에 1000피트 분량의 필름이 필요했지만 ‘…에피소드Ⅱ’에서는 디지털촬영으로 50분 분량의 영상을 디지털테이프 한 개에 담을 수 있다.

또 컴퓨터그래픽 작업이나 사운드믹싱 등 특수효과를 위해 필름을 디지털영상으로 전환할 필요가 없다. ‘…에피소드Ⅱ’제작진은 이 비용이 170만달러에서 1만5000달러로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해상도가 아직은 35㎜필름에 비해 낮다는 문제가 있다.

전미 촬영기사 협회 부회장인 스티븐 포스터는 “아이맥스영화가 입증했듯이 관객은 대형스크린과 풍부한 영상에 더 매혹을 느낀다”며 “디지털 기술은 텔레비전에는 적합하더라도 영화에는 걸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에피소드Ⅱ’가 사용하는 소니의 HDW-F900카메라는 고화질TV용으로 개발돼 화면의 비율과 화질이 필름에 더 가까워졌고 일반 필름카메라와 마찬가지로 초당 24프레임을 찍을 수 있다. 기존의 디지털카메라는 초당 30프레임을 찍다보니 나중에 필름으로 전환할 때 프레임손실로 화상이 찌그러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카메라도 초당 24프레임 이하로는 찍을 수 없기 때문에 저속촬영이 불가능하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에피소드Ⅱ’에서도 동작 하나하나를 빠르고 과장되게 보이게 하기 위해서는 저속촬영이 불가피한 광선검 결투장면 등 일부 장면은 필름카메라로 촬영했다.

어쨌든 이제 문제는 관객의 디지털영화 수용 여부가 아닌 듯하다. CD로 LP레코드를 대체했듯 필름을 디지털로 대체하려는 것은 관객이 아니라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판촉하려는 대기업의 전략적 선택이 돼가고 있기 때문이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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