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포터]전자상거래 과세권 적용 둘러싸고 공방 치열

  • 입력 2000년 6월 2일 18시 16분


최근 인터넷 전자상거래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는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지는 전자상거래가 또 하나의 새로운 무역라운드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상거래는 디지털 제품으로 무형의 제품(음악, S/W, 영상, 게임 등)을 인터넷으로 거래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최근 전자상거래에 과세권 적용을 둘러싼 찬반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농심데이타시템 박창호 이사 등은 국가주권, 납세의무 헌법 36조 등을 들어 과세형평의 원칙, 세수 결손 방지를 위해 전자상거래에 과세권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팬텍 이준수 전무이사와 웹누리 하호선 대표이사 등은 현시점에서 기술적 문제로 디지털제품에 대해서는 과세가 어렵다는 주장이다. 우선 과세 대상의 문제로서 소득추적과 세무조사의 어려움(암호사용, 원격접속, Translator의 사용으로 인한 어려움), 거래당사자의 신원확인과 과세대상자 결정의 어려움(과세권의 행사가 곤란), 과세시점 결정 및 증거능력이 있는 자료의 확보 곤란 등을 논거로 든다. 또 실정법상의 문제로 전자거래의 특성상 물리적인 실체가 없으므로 과세하기가 매우 곤란하며, 국제간 전자거래의 경우 국가 조세권 결정이 곤란하다고 주장한다.

전자상거래에 있어 조세문제는 국내의 경우엔 부가세와 소비세가 주요사항이며 국제간에는 관세가 주요사항이다. 관세는 WTO의 정보기술협정(ITA)이 타결(1996.12 : 모든 정보기술 상품은 2000년까지). 관세철폐로 대부분 해결되었으나 부가세, 소비세는 EU와 미국의 입장이 상충하고 있다. 국가별로 법인세가 낮은 지역, 세금 탈루 가능 지역에 전자거래사업자가 밀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지난해 7월 클린턴 대통령은 '글로벌 전자상거래 기본계획'을 발표해 인터넷상거래의 주도권 장악을 위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그 주요내용은 인터넷상거래 발전을 위해서는 시장원리가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관세 및 과세, 상거래 통일규율 등 9개 항목의 권고안을 제시하고 각 이슈에 대한 국제 포럼을 개최할 것을 제안했다.

이와 같은 미국의 인터넷상거래 권고안 중 현재 가장 큰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인터넷 상거래의 무관세화'이다. 즉 컴퓨터 소프트웨어, 영화, 음악 등 인터넷을 통해 직접 거래 될 수 있는 디지털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 무관세화를 추진하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런 주장이 전세계에 경쟁력 있는 자국 상품을 아무런 장벽 없이 판매하겠다는 의도"라고 해석한다. 즉 자국내 판매세를 포기하는 대신 미국 기업이 전세계를 대상으로 자유롭게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EU 및 일본의 움직임도 주목해야 한다. EU는 지난해 7월 독일에서 미국의 '인터넷 상거래 무관세화' 추진을 견제하기 위해 전자상거래 확대를 위한 '본(Bone)선언을 채택, 미국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세제가 법인세나 소득세 등 직접세 위주인 반면 유럽은 전통적으로 부가가치세가 발달돼 있고, 간접세에 대한 세수의존이 높기 때문에 전자상거래로 인한 세수 감소의 우려로 관세 및 조세문제에 대해 미국과 이해를 달리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회의에서 이들 선진국들은 오는 12월 인터넷 자유무역지대 선언을 위한 국제협정을 WTO각료회의에서 공식 제의키로 의견을 모았다. 또한 일본은 인터넷 상거래가 국제규범화 되더라도 장기적으로 유익하다고 판단, 미국의 주장에 동의했다.

OECD는 각국의 상이한 입장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보다 일반적, 선언적 내용만 언급하고 있다. 전자상거래에서도 전통적 과세원칙을 적용. 소비세는 소비자과세원칙을 분명히 하고 디지털상품의 공급은 재화의 공급으로 보지 않는다고 표방함으로서 사실상 부가세 부과 반대 입장이다. 또 소득세와 관련 고정사업장(Website), 조세관할권, 사용료 소득 등에 대한 명확한 국제적 합의가 필요함을 인정하고, 재정주권을 존중, 이중과세, 무과세 방지를 위한 과세원칙을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 입장은 인터넷이 갖는 특성을 고려할 때 인터넷 자유무역지대론(무관세)은 장기적인 원칙으로서는 동의하나 단기적으로는 조세주권주의가 강조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컨설팅, 회계, 설계도면 등 주로 지적재산과 관련한 전자상거래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부과하기로 한 바 있다. 그리고 인터넷 상거래에 대한 소득세 부과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나 국적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국가간 협상을 통해 정확한 방침을 세우기로 했다. 다만 정부는 국제조세상 "거주자 우선 원칙"을 인정해 전자상거래에 대해서도 직접 상품공급자에게 소득세를 과세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우리 정부가 인터넷 전자상거래와 관련해 내놓은 대응방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통상산업부는 지난해 8월 11일 인터넷 라운드에 대한 종합대책으로 '인터넷 전자상거래 종합 대책안을 발표한 바 있다. 정부는 이 회의에서 민·관 합동으로 '전자 상거래 정책협의회'를 공식 조직으로 구성하고, 각 분야별로 관련 부처에서 세부 추진 계획을 마련키로 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우리나라 인터넷 전자상거래 관련 기술과 인프라가 선진국보다 많이 낙후되어 있다는 점을 들어 "우선 인터넷 상거래의 국제규범을 만들기 위한 다자간 협상인 '인터넷 라운드'에 국익을 고려한 세부대책을 마련하고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체계적으로 그리고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정보통신방송 정책과정 교수들은 "인터넷 시장규모가 아직 실험단계인 우리나라는 전세계의 다양한 구매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만한 시장이 많지 않으므로 더 많고 다양한 브랜드와 신뢰성 있는 인터넷시장 개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터넷 무역으로 파생된 각종 전문기관의 성립과 각종법규의 제정. 예를 들어 넥트웍 인증기관, 전자은행, 각종 정보 보안책 등 새로운 시스템의 조속한 개발이 민·관의 협력하에 절실히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또 "인터넷을 통해 거래되는 무관세 주장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 구체적인 대상과 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가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인터넷을 통한 주문 및 지급결제는 기존의 신용카드 등으로 해도 면세를 한다는 의미인지, 주문 배달 결제중 한 부문이라도 인터넷을 이용하면 인터넷 상거래에 포함되는 것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가 급증하면서 인터넷상의 사이버마켓에도 관세나 법인세·소득세 등을 징수하자는 국제적인 움직임이 가시화 되고 있는 요즘 소득세, 간접세(부가가치세), 관세 등의 개념을 전자상거래에 맞추어 새롭게 확립 할 필요가 있다. 간접세의 경우, 판매자와 소비자 국가간의 불균형 해소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그동안 인터넷상거래에 대한 과세문제가 크게 부각되지 않은 이유는 거래 규모가 작았다는 점 외에, 수출입절차를 거치지 않음으로써 거래규모의 정확한 파악이 어려웠던 점 때문이다. 인터넷 전자상거래에 대한 과세를 위해서는 거래대금의 결제과정을 추적, 과세하는 방안이 강구되야 한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오연천 교수는 "새로운 국제상거래 시장인 인터넷 시장지배를 통해 경쟁우위를 확보하려는 미국의 의도를 주시해야 하며, 우리와 입장이 비슷한 국가들과 연대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내국세의 경우, 현존하는 것 이외의 새로운 세금부과금지는 원칙적으로 찬성하나 외국에 비해 간접세의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로서는 WTO에서 논의될 경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미선 <동아닷컴 인터넷기자> yoomi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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