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인터넷 강사 김주연씨 "관심분야 가져야 쉬워져"

  • 입력 2000년 5월 28일 20시 36분


“학생들은 게임이나 채팅 등 관심분야가 있지만 주부들은 별 생각없이 배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뚜렷한 목표없이 한꺼번에 많은 양을 배우니까 너무 힘들고 활용하기도 어렵겠지요.”

서울 강남구 신사동 현대컴퓨터학원강사 김주연씨(26). 5월들어 이 학원에 ‘특별히’ 개설된 주부인터넷 교실 강의를 맡고 있다.

컴퓨터를 잘하는데 정해진 길은 없다는 게 김씨의 생각이다. 하지만 인터넷을 배우겠다고 줄을 서서 수강하는 주부들을 보면서 ‘뚜렷한 관심분야가 있다면 인터넷을 배우는 게 더 쉬울텐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주부인터넷교실은 정보통신부가 3월부터 주부들의 정보화 능력을 높이기 위해 한달 수강료 3만원에 20시간 동안 인터넷검색, E메일주고받기 등을 배울 수 있도록 마련한 특별 프로그램. 전국 1000여개 지정학원에서 주부라면 누구든지 신청해 받을 수 있다.

“주변 아파트단지에서 많이 오시죠. 외국에 유학간 자녀들과 E메일을 주고받거나 온라인증권거래, 온라인쇼핑 등을 하고 싶어 오신 분들이 많습니다.”

대다수 주부는 아예 컴퓨터 전원을 켜고 끄는 방법도 모른 채 첫 강의를 듣는다. 그래서 첫날엔 간단한 컴퓨터 이론 설명을 곁들여 컴퓨터 전원스위치조작법, 마우스사용법 등을 가르쳐 준다.

“주부들의 컴퓨터 실력은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그래서 실생활과 연관을 시켜 설명합니다. 폴더를 설명하더라도 집안에 있는 방에 빗대 알려드리죠.”

해프닝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갑자기 마우스를 리모컨처럼 들고서 쩔쩔매거나 쇼핑몰 사이트에서 신용카드로 주문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도중 “왜 컴퓨터학원에 신용카드로 돈을 내야 하느냐”고 갑자기 질문을 던지는 일도 있었다.

“대부분 컴퓨터에 두려움을 갖고 계세요. 컴퓨터는 조작법만 배우는 얼마든지 배워서 활용할 수 있는 가전제품 정도로 생각하면 쉬운데….”

‘컴퓨터는 어렵다’는 강박관념이 심한 주부들은 이틀이 멀다하고 집안사정을 핑계로 결석을 하거나 집에 가서 복습을 하지도 않기 때문에 뒤져 중도탈락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한다.

“내가 이 나이에 무슨 컴퓨터를 하느냐는 생각은 접어두고 컴퓨터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도구이며 쉽게 배울 수 있다는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김씨는 다시 한번 강조했다.

<정영태기자>ytce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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