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솝출신, 벤처 '귀하신 몸'…창업-스카우트 잇따라

  • 입력 2000년 5월 7일 19시 59분


‘PC통신에서 다진 노하우로 e비즈니스에 도전한다.’

신생 증권포털 벤처기업인 ‘스탁러브닷컴(www.stocklove.com)’의 곽신웅 사장(36)은 자타가 인정하는 PC통신 마니아. 초창기인 90년대 초반부터 PC통신 세계에 푹 빠져든 그는 PC통신을 통해 익힌 리더십과 인적 네트워크, e비즈니스 분석능력 등을 활용해 올해 2월 벤처기업을 창업했다.

91년 선거를 거쳐 1년 임기의 하이텔 증권사랑투자포럼동호회 ‘시솝(시스템 오퍼레이터의 준말)’직에 오른 이후 올해초까지 9번의 연임을 기록하며 7000여명의 회원을 관리해온 덕분에 창업에 적지 않은 도움을 받았다. 지난달 중순 동호회 회원들에게 스탁러브닷컴의 엔젤이 되달라는 E메일을 보낸 결과 불과 5일만에 4억9000만원 가량의 투자금액을 단숨에 확보할 수 있었던 것. 곽사장은 “PC통신에서 증권투자를 연구해오다 직접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 회원들과 같이 벤처를 설립했다”면서 “PC통신 시솝 시절 동호회 발전을 위해 다양한 업무를 처리해 지금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적게는 수십명에서 많게는 4만명까지의 회원을 대표해 동호회를 이끌어가는 PC통신 시솝이 이처럼 인터넷업계로 진출하는 주요 경로로 떠오르고 있다.

공정한 선거관리하에 투표를 통해 선출되는 시솝은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조직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요직.

시솝은 이벤트 공동구매 오프라인모임 서비스개발 등 처리해야 할 업무가 너무 많아 보람은 있으나 부담스러운 자리로 인식돼왔다.

그러나 전현직 시솝들이 줄지어 벤처 창업 대열에 나서고 인터넷기업들이 시솝 출신을 선호하자 예비 시솝을 꿈꾸는 네티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나우누리 컴퓨터동호회 시솝을 역임한 김현국씨(36)는 전문성을 인정받아 벤처기업의 개발 이사로 스카우트된 케이스. 컴퓨터에 관한 이해수준이 높은 1만5000명의 회원에게 인정받을 정도면 믿고 맡겨도 안심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발탁이었다. 김이사는 “PC통신 경험이 e비즈니스를 펼치는데 절대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면서 “다만 PC통신은 순수성을 추구하고 벤처는 상업성을 띠는 점이 다를 뿐”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벤처로 자리를 옮긴 PC통신 시솝 출신은 △닥터트래블 공경식 사장 △GOCAR 김재정 사장 △사이버차이나 박병철 이사 △인터벤트 방호석 사장 △집인터넷 이광석 사장 △아트미디어 박수민 사장 등 수십명선에 이른다.하이텔 양순호 i커뮤니티팀장은 “PC통신 시삽 출신은 거대 조직을 이끈 경험이 있어 리더쉽이 뛰어나고 인터넷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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