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통신' IMT-2000 전세계 공동주파수 무산

  • 입력 2000년 4월 30일 19시 37분


최근 2002년 상용화 예정인 차세대 이동통신 IMT 2000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업체들의 과장 선전 때문에 실상이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IMT2000(International Mobile telecommunication)은 85년 세계통신연맹(ITU)이 세계 공통의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는 단일 표준의 디지털 방식 이동전화 시스템을 개발해 ‘세계 어디서나 하나의 단말기’로 음성과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논의가 시작된 ‘3세대 이동통신’.

그러나 이동전화 방식을 달리하는 유럽과 미국의 대립으로 세계 단일 표준 채택이 사실상 무산됐으며 미국이 96년 PCS 사업자에게 IMT 2000 주파수 대역을 경매로 할당함으로써 ‘전세계 공통 주파수와 하나의 단말기’에 대한 희망은 ‘물건너 간’상태.

통화품질과 성능면에서도 IMT 2000은 기존 휴대전화에 비해 다소 나아진 또다른 이동전화 서비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로밍(서비스지역 자동전환)이 된다?〓지난달 28일 대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안병엽 정보통신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ETRI IMT 2000 개발본부 채종석 본부장은 “IMT 2000은 기존 이동통신 서비스보다 약간 진보한 이동통신 서비스”라는 입장을 밝혔다.

세계 어디서나 하나의 단말기로 통화할 수 있는 ‘글로벌 로밍’이 되려면 모든 나라가 같은 기술방식과 주파수 대역을 사용해야하지만 기술방식의 경우 유럽 일본 등이 채택하고 있는 GSM방식과 미국이 주도하는 CDMA 방식이 대립, 복수 표준의 채택이 확정적이다.

또 IMT 2000이 사용할 예정인 2㎓대역의 주파수도 미국이 96년 PCS사업자에게 경매를 통해 이미 할당함으로써 2010년경에야 공통 주파수 사용이 가능할 전망.

▽데이터전송속도가 빠르고 멀티미디어서비스가 된다?〓IMT 2000의 전송속도는 고속 이동시 144Kbps, 보행시 384Kbps, 정지한 상태에서 2 Mbps. 가정용 전화 모뎀의 속도(56Kbps)와 비교할 때 빠르긴 하지만 기존 이동전화도 기술 발전으로 이 정도의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속도만으로 IMT 2000 서비스의 질적 우위를 말할 수는 없다.

또 무선인터넷과 동영상 전송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시간 동영상 전송과 같은 이동멀티미디어 서비스는 2Mbps의 전송속도로는 완성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SK텔레콤 조민래 상무는 “한국에서는 IMT 2000의 정확한 실상이 언급되지 않은 채 당장 글로벌 로밍이 실현될 수 있는 것처럼 과장되고 있다”며 “한국을 제외한 세계 어디에서도 IMT 2000을 꿈의 통신망으로 부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훈기자> dreamlan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