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 메모리카드 '표준화 大戰'…규격다른 4强 경쟁 치열

  • 입력 2000년 3월 23일 19시 37분


디지털 정보기기에 광범위하게 채택될 것으로 예상되는 플래시 메모리카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국제 전자업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플래시 메모리카드는 각 진영에 따라 서로 크기가 달라 호환이 되지 않기 때문에 세싸움에서 밀려날 경우 자신의 표준을 포기하고 다른 진영의 표준을 따라야 한다. 80년대 중반 일본의 소니와 마쓰시타가 ‘베타(β)냐 VHS냐’를 놓고 비디오 테이프 규격 혈전을 벌였던 때와 비슷하다는 말도 나온다.

▽4강이 겨루는 플래시 메모리카드 대전(大戰)〓세계적인 시장조사기관 IDC가 파악한 99년 플래시 메모리카드 시장 규모는 약 1853만개. 올림푸스 후지필름 도시바 삼성전자 등이 주도하는 ‘스마트미디어’ 진영이 46%인 852만개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 코닥 캐논 등이 가담한 ‘콤팩트 플래시’가 510만개로 2위, 소니가 지난해부터 판매중인 ‘메모리 스틱’이 200만개로 3위다. 이밖에 올해 하반기부터 제품을 내놓을 마쓰시타 주도의 ‘SD메모리’도 상당한 다크호스가 될 전망.

플래시 메모리카드는 아직은 디지털카메라 디지털캠코더 MP3플레이어 등 활용도가 한정돼 있다. 그러나 앞으로 네트워크와 연결되는 모든 정보기기로 확대될 것으로 보여 각 진영은 세불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양다리 작전’ 펼치는 국내업계〓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초 메모리스틱과 SD메모리 진영에도 합류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상호 호환성이 없는 배타적 성격의 규격경쟁에서 동시에 여러 곳에 발을 걸치는 것이 어색하긴 하지만 장래 주도권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어느 한쪽만 선택할 경우 위험부담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

삼성전자 최영준 수석연구원은 “소니와 마쓰시타 등이 거의 공짜에 가까운 낮은 기술사용료(로열티) 조건으로 참여를 제의해와 이에 가담했다”면서 “참여에 따른 의무사항이 없기 때문에 당분간은 계속 스마트미디어를 채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플래시 메모리카드의 본격 채택을 앞두고 고민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일단 두 진영에 모두 참여했으나 호환성을 고려해 일정 시점에서는 한쪽을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기와 두께가 각각 4∼5㎝와 1∼3㎜에 불과한 초소형으로 전원이 꺼져도 기억된 내용이 지워지지 않는 차세대 데이터저장장치. 디지털카메라 MP3플레이어 휴대전화 PC 등 다양한 정보기기간 정보공유가 가능하며 디지털 열풍으로 수요가 급성장하고 있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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