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0년 2월 22일 19시 03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아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유에스뉴스 앤 월드 리포트지 최근호는 “사랑이 싹튼다는 건 오묘하고 신비한 일이지만 그 시작엔 구석기 시대부터 지켜져온 일관된 법칙이 있다”고 보도했다.
바로 ‘좋은 생산력’을 가졌느냐의 여부.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전하려는 인간의 본능이 사랑의 매커니즘에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외모에서 드러난다〓미국 텍사스 오스틴대의 데벤드라 사인교수(심리학)는 “건강없는 아름다움이란 생각할 수 없다”며 수백만년 전 인간의 조상이 짝의 ‘능력’을 알아볼 수 있는 DNA분석법 등이 없었을 땐 외모만이 좋은 유전자의 ‘표시’였다고 말한다.오늘날에도 얼굴이나 체격 등 남녀가 선호하는 외모는 바로 좋은 생산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남성은 수천년 동안 허리와 엉덩이의 비율이 0.6∼0.7대 1인 ‘황금비’의 여성에 매료돼 왔다. 수백만년 전 먹거리가 부족하던 시절, 엉덩이와 허벅지의 지방은 임신초기와 수유기를 견딜만한 영양을 지내고 있다는 표시였기 때문. 이 비율은 오늘날에도 높은 임신성공률을 예측하는 지수로 사용된다.
▽면역성이 높은가〓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남기기 위해선 면역력이 강한 배우자인지도 중요한데 이 역시 외모에 나타난다.
‘강간의 역사’의 저자 쏜힐은 “남성호르몬이나 여성호르몬은 강한 면역성의 소유자인지를 나타내며 이는 외모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한다. 얼마 전 3200명의 성인남성을 조사했더니 키가 크고 근육이 탄탄한 남성이 더 많은 자녀를 가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본능보다 중요한 개성〓그러나 인간이 완전히 본능의 노예는 아니다. 개인의 경험이 이런 모든 생물학적 요인보다 우선한다.
이스라엘의 한 심리학자는 특히 어린 시절의 경험이 중요하다고 했다. 미국인과 이스라엘 부부들의 경우 여성은 아버지와 비슷한 남성을 배우자로 선택하는 경향이 컸다. 최근엔 통신이나 인터넷으로 만나 외모와 상관없이 결혼에 이르는 경우가 늘고 있다. 테크놀러지의 놀라운 발달이 구석기때부터 내려오는 사랑의 법칙을 무너뜨리는 셈이다.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인터넷을 통한 만남이 늘면서 이같은 흐름이 거세지고 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