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롯데등 편의점을 '넷쇼핑' 종착역으로

  • 입력 2000년 1월 31일 20시 01분


서울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D그룹 서봉근대리(32)는 인터넷 쇼핑몰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도 어떤 사이트가 있는지 별관심을 두지 않는다.

부서에서는 ‘N세대’로 통하면서도 인터넷 쇼핑몰을 외면하는 이유는 물건을 주문해도 전달받을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 서대리는 “자취집에 물건을 받아달라고 부탁할 수도 없고 회사로 배달받자니 눈치가 보인다”고 말한다. 신용카드로 대금을 결제하는 것도 신상정보가 노출되는 점이 꺼림칙하다고.

이런 이유로 전자상거래에서 ‘왕따’가 된 서대리의 불편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 비디오점 슈퍼마켓 등 동네 ‘구멍가게’들이 물건을 받아주는 ‘친절한 이웃’이 될 전망이기 때문.

롯데는 지난달 전자상거래 전문계열사를 설립하면서 세븐일레븐을 최종 물류기지로 삼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객이 인터넷으로 제품을 주문하면 집에서 가장 가까운 세븐일레븐 매장에서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대금결제도 물건을 받을 때 결제하도록 해 서대리처럼 신용카드 결제를 꺼리는 고객을 유인할 방침이다.

LG25와 훼미리마트도 같은 개념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이미 몇 년간 기획팀을 가동, 검토해 오고 있다. LG25 관계자는 “단순히 물건만 찾아가는 ‘픽업센터’가 아니라 창고와 택배 등 물류 전반을 편의점과 공유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대상유통㈜이 운영하는 미니스톱은 지난달 31일 일본 미니스톱으로부터 외자를 유치, 점포 확충과 물류자동화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동양그룹의 바이더웨이도 다른 편의점 업체와 제휴를 추진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는 중.

은행이나 증권사도 상반기부터 편의점을 ‘미니 지점’으로 운영할 계획이어서 편의점은 물류기지로서뿐만 아니라 사이버거래의 핵심 ‘신경망’으로 부상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현금 입출금은 물론 보험 가입이나 사이버 주식거래 등 포괄적 금융서비스를 할 수 있는 은행업무자동화기기(ATM)를 연말까지 세븐일레븐 전 매장에 설치키로 했다. 한빛은행도 4월부터 비슷한 서비스 실시를 목표로 최근 LG25 훼미리마트와 업무계약을 체결했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2∼3년전만 해도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편의점이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고 평가. 하지만 매장수가 1000개는 넘어야 물류기지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있어 편의점 업계의 출점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이버 거래의 또 다른 ‘신경망’으로 떠오르고 있는 곳은 주택가 골목마다 자리잡은 비디오가게. 경덕전자 한아미디어 세음이 제휴, 지난달 설립한 한국인터넷유통은 비디오 유통망과 전국 1만5000여개 비디오숍을 활용한 택배서비스를 추진 중이다.

전자상거래 업체와 연계해 고객이 물건을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가장 가까운 비디오숍으로 배달해 준다는 것. 한아미디어 유진희사장은 “비디오숍의 가맹 신청이 쇄도하고 있어 올해중 6000개점 확보는 무난할 것”이라면서 “비디오 대여료와 전자상거래 물품 대금 결제를 통합하는 스마트카드를 경덕전자가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한국슈퍼연합회도 전국 4만여개 회원업체를 통합하는 인터넷 쇼핑몰을 이르면 이달중 열기로 하고 현재 사이트를 구축중.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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