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겨울 날씨…새해 이틀걸러 눈비

  • 입력 2000년 1월 13일 19시 11분


겨울날씨가 이상하다. 연중 가장 추운 시기인 요즘 아침 최저기온이 영상 행진을 계속하는가 하면 이틀에 한번꼴로 눈이나 비가 내리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새해 들어 13일까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눈이나 비가 내린 날은 2, 5, 6, 8, 10, 12, 13일 등 7일이나 된다. 이는 91년부터 10년동안의 이 기간 강수일수인 3.8일의 두 배 가까운 수치다.

이 기간 동안의 평균 기온 역시 영하 3.5도로 최근 10년 평균기온인 영하 4.5도보다 1도나 높았다. 시베리아 고기압이 확장했던 7일 서울의 최저기온이 12.1도까지 떨어지는 등 며칠동안 한파가 몰아닥친 것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영상의 날씨를 보인 것이다.

최근의 날씨가 예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것은 한반도의 겨울날씨를 좌우하는 시베리아 고기압의 움직임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

해마다 겨울이면 시베리아 고기압이 한달에 서너번씩 확장과 반복을 거듭하면서 한반도에는 사 나흘 춥다가, 사 나흘은 포근한 이른바 ‘삼한사온(三寒四溫)’현상이 나타났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부터 지금까지 시베리아 고기압이 한반도에 한기를 몰고 온 것은 단 두차례에 불과했다.

시베리아 고기압이 이처럼 맥을 못 추는 것은 북태평양 중위도 지역의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서 한반도 주변에 더운 공기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북만저우지역에 중심을 둔 차가운 기단이 따뜻한 공기에 밀려 남하하지 못하고 동쪽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이같은 틈을 타고 한반도에는 기압골이 계속 유입되면서 강수현상도 자주 나타나고 있는 것.

기상청 박정규(朴正圭) 장기예보과장은 “일부 학자 가운데에는 10년 단위로 변하는 기후변동 가운데 따뜻한 시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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